폭염 속 이주노동자 목숨 앗은 산림사업, 대책은 1년 지나도 그대로

숲 가꾸기 등의 작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잇따라 쓰러지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에 넘긴 산림사업은 안전 대책마저 일관되지 않아 폭염 상황이 더욱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27일 산림조합 쪽에 풀 베기 등 숲 가꾸기 작업을 모두 중단하도록 조처했다. 이날은 엿새째 최고기온이 35도 안팎을 기록한 날이다. 작업 중단 기한은 우선 다음달 15일까지다. 그런데 영남 지역 폭염이 특히 심한 가운데 경남도와 경북도는 산림조합 쪽과 별도로 폭염 안전 조처를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장 판단으로 체감온도에 따라 휴식 시간을 더하거나 작업 시간을 이른 시간대로 조정하도록 안내했다고 한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산림사업을 위탁받은 산림조합 쪽이 현장 업체와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춘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산림사업은 불법 하도급 구조가 만연해 있고, 가장 열악한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한여름 살인적인 폭염을 견디고 있다”며 “지자체는 산림조합 쪽에 안전을 내맡긴 채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는 야외 노동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24일 경북 포항시 숲 가꾸기 사업 현장에서 풀베기를 하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쉬레스타(당시 51)가 숨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31~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닷새 동안 이어진 상황에서 새벽 6시부터 일하던 쉬레스타는 오전 10시40분께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가 이곳에서 일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냉감조끼 등 온열질환 예방 물품은 주어지지 않았고, 그늘막 같은 공간조차 없었다. 119 신고는 쉬레스타가 쓰러진 지 1시간이 지나 이뤄졌고, 험한 지형 탓에 헬기로 병원으로 이동하는 데 1시간이 더 걸렸다. 쉬레스타는 계약업체 소속이 아니라 현장을 옮겨 다니며 일하는 ‘현장팀’ 일용직이었다. 팀원 12명 가운데 쉬레스타를 포함해 8명이 이주노동자였고, 이들은 모두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유령 노동자’였다.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수사는 1년째 지지부진하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28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포항시와 산림조합은 올해 6~9월 작업분을 1·2차로 나누고, 그 중간에 작업을 중단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내놨다. 1차 작업을 최대한 빨리 끝낸 뒤 폭염 상황을 봐 가며 2차 작업을 한다는 것인데, 1차 작업 종료는 지난 3~10일 사이로 현장마다 제각각이었다. 지난 4일에는 충북 괴산군 산림사업 현장에서 베트남 출신 20대가 숨지는 일이 또 벌어졌다. 고용노동부는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농업과 건설업 등 열악한 야외 노동 현장에 이주노동자 투입이 늘어난 상황에서 폭염이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다른 곳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전남 해남군에서는 밭일하던 타이 국적 30대 노동자, 11일에는 충남 홍성군 축사에서 일하던 네팔 국적 30대 노동자가 숨졌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지난 5월15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전국 누적 온열질환자는 1399명으로, 이 가운데 8명이 숨졌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This is a summary. Read the full article at the original source.
Read full article at han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