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보완수사권 폐지에 다가설수록 멀어지는 2030 여성 민심 [이동수의 세대 진단]

보완수사권 폐지에 다가설수록 멀어지는 2030 여성 민심 [이동수의 세대 진단]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요구하는 여권 강경파가 파상공세를 멈추지 않는다.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의 조직적 증거 인멸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그렇다. 여론은 싸늘하다. 한국갤럽이 7월17일 공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 ‘경찰 견제, 부실수사 방지를 위해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61%였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은 23%에 그쳤다. 물론 세대별 온도 차는 뚜렷하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50대에서는 여론이 팽팽했다. 보완수사권 유지가 46%, 폐지가 41%다. 반면 18~29

민주당, 폐지 강행 땐 핵심 지지층인 청년 여성들 이탈 가능성 장윤기·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키운 불안...교제 폭력·스토킹·디지털 성범죄에 민감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요구하는 여권 강경파가 파상공세를 멈추지 않는다.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의 조직적 증거 인멸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그렇다. 여론은 싸늘하다. 한국갤럽이 7월17일 공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 ‘경찰 견제, 부실수사 방지를 위해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61%였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은 23%에 그쳤다. 물론 세대별 온도 차는 뚜렷하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50대에서는 여론이 팽팽했다. 보완수사권 유지가 46%, 폐지가 41%다. 반면 18~29세는 유지 66%, 폐지 15%였고, 30대는 유지 70%, 폐지 15%였다. 유지와 폐지의 격차는 2030 세대에서 가장 컸다. 보통 정책 현안 관련 질문에는 ‘모름·무응답’이 30~40% 정도 나오곤 한다. 그런데 이번엔 20%도 되지 않았다. 청년층이 보완수사권 폐지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년층은 검찰 개혁 의제에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여권과 지지층이 보완수사권 폐지에 열을 올리는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가져온 구원(舊怨)에서 비롯된다. 현재 20·30대는 당시 10대 이하였다. 노무현에 대한 향수가 없으니 검찰에 대한 원망도 없다. 이들 세대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여론이 15%밖에 안 된다는 건 이른바 ‘코어 지지층’을 제외한 대부분이 폐지에 반대한다는 걸 의미한다. 여기에는 2030 여성도 포함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4년 전엔 ‘N번방’ 의제로 여성 표심 결집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2030 여성들의 여론을 읽으려면, 먼저 청년층에서 빚어졌던 남녀 갈등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이 2030 남녀 갈등의 발단이 됐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 강남역 인근 빌딩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30대 남성의 흉기에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이다. 이 안타까운 사건은 얼마 안 가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했다. 진보진영에서 ‘남성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구호가 하나의 캠페인으로 자리 잡고, 여기에 남성들이 반발하면서다. 이때부터 ‘보수적인 이대남’ 대 ‘진보적인 이대녀’ 구도가 형성됐다. 현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건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당시 표출된 여성들의 분노다. 2030 여성들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여 피해자를 추모했다. 그리고 “살려달라”고 절규했다. 이런 사건이 언제든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비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분노가 임계점에 도달한 시점이었다. 실제로 여성계와 여자대학 등지에선 2000년대 후반부터 ‘데이트 폭력(교제 폭력)’과 관련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디지털 성범죄가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불법촬영물이 쉽게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소수 활동가 중심으로 전개되던 페미니즘 운동은 2010년대 중반부터 2030 여성의 광범위한 공감을 얻는다. 안전은 가장 핵심적인 의제였다.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나 취업에서의 차별 등이 다뤄지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주로 교제 폭력과 스토킹, 불법촬영물 등 ‘여성 대상 범죄를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를 놓고 논의가 오갔다. 2030 남성들과의 충돌도 이 때문에 발생했다. 수사·처벌 과정에서의 적정선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N번방 활동가’ 박지현을 영입했을 때 2030 여성들의 결집이 이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대명사 격이라 할 수 있는 N번방 의제를 선점함으로써 2030 여성 지지를 끌어모은 것이다. 지금은 ‘피해자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쟁은 여권에 불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현재 여권을 떠받치는 두 축은 40~60대와 20·30대 여성인데, 이 둘의 요구가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민감한 2030 여성은 보완수사권 폐지를 우려하고 있다. 자신이 범죄 피해자가 됐을 때 수사가 엉망진창으로 진행되진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다. 장윤기 사건이 그 불신을 더 키웠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인 김진주씨(가명)도 자신이 “보완수사권 폐지 전에 당한 ‘운 좋은 피해자’”라며 “억울한 피해자를 줄이고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제도를 왜 없애나”라고 반발한다. 돌려차기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가해자에게 단순 중상해 혐의만 적용했다. 피해자가 입고 있던 피 묻은 청바지와 속옷은 감식도 하지 않은 채 캐비닛에 넣어뒀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가해자에게 강간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만일 경찰 수사선에서 종료됐다면 가해자는 이미 출소했을 가능성도 있다. 형사사법 제도는 전문 분야인 만큼 일반인이 관심을 가지고 살피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을 축소한 ‘검수완박’이 그처럼 알게 모르게 처리됐다. 아마 장윤기 사건이 없었다면 보완수사권 역시 여권의 강행에 얼렁뚱땅 폐지되었을 것이다. 당연히 어떤 국가기관이든 실수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실수를 바로잡고 견제할 수단이 있느냐는 것이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신중론을 펴온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7월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건송치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건송치는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까지 모두 검찰이 다시 살펴보도록 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며 폐지됐다. 이에 범여권 강경파로 분류되는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검사에게 수사권을 주는 방식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고 맞받았다. 지금 정치권에서 나오는 주장들을 살펴보면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대안은 별로 없어 보인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사건을 뭉개면 “검사가 언론에 보도하면 된다”고 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범죄 피해자들에게 수사 절차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자”고 한다. 요약하면 ‘피해자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대 전체로 놓고 보면 2030 여론은 한동안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끌어당기는 남성과 왼쪽으로 끌어당기는 여성이 팽팽히 맞서며 균형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지방선거를 거치며 2030 여성층의 ‘민주당 이탈’이 일정 부분 확인됐다.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은 그것을 가속하는 모양새다. 여성의 범죄 피해가 누적되고 원성이 높아지면 그때 가서야 제도를 되돌릴 건가. 분명한 건 법은 다시 바꿀 수 있겠지만 피해자들의 잃어버린 삶은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This is a summary. Read the full article at the original source.

Read full article at sisa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