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7년 헌신이 부정당했다"⋯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뒤덮은 7000명의 검은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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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m 도로 메운 DX 직원들 DS 자사주 1000주 지급 합의 반발 "같은 회사, 같은 권리" 외침, 후속투쟁 예고 "불공정한 임금협상을 보며 37년 회사 생활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기분이었고, 회사가 직원들을 무관심을 넘어 조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6일 오후 경기 수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정문 앞. 전날 내린 비 덕분에 한여름 더위는 잠시 누그러졌지만 습한 공기 속에서 검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직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이뉴스24 황세웅 기자] "불공정한 임금협상을 보며 37년 회사 생활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기분이었고, 회사가 직원들을 무관심을 넘어 조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6일 오후 경기 수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정문 앞. 전날 내린 비 덕분에 한여름 더위는 잠시 누그러졌지만 습한 공기 속에서 검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직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에서 37년간 근무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 우승명 씨가 단상에서 이같이 말하자 도로를 가득 메운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탄식과 박수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날 집회에는 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조합원과 직원 약 70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임금·단체협약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들에게만 수억원대 성과급을 지급하는 데 반발하며 DX 부문에도 동일한 보상과 임금교섭 재논의를 요구했다. DS부문에 특별성과급(OPI2)이 지급될 예정인 것과 달리 DX부문 직원들에게는 최근 600만원어치 자사주만 각각 지급됐다. 검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참가자들은 수원사업장 정문 앞에서 횡단보도까지 약 450m에 이르는 도로를 빼곡히 메웠다. 5명씩 두 줄로 길게 앉은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이어졌다. 인원이 계속 늘면서 오후 6시께에는 도로 한 차로가 추가로 개방됐고, 집회 장소가 인파로 가득 차면서 당초 예정됐던 행진도 취소됐다. 무대에서 바라본 광경은 거대한 검은 물결을 연상케 했다. 사회자가 "같은 회사, 같은 권리", "선대 회장님의 약속 지금 지켜라"를 선창하자 수천 명이 주먹을 들어 올리며 일제히 구호를 외쳤다. 확성기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는 사업장 건물 사이를 메아리쳤고, 구호가 끝날 때마다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단상을 바라보는 참가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일부는 팔짱을 낀 채 연설을 들었고, 일부는 휴대전화로 발언을 촬영했다. 임금교섭과 보상 문제가 언급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옆자리 동료와 짧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DX 소속 7년차 직원 김모 씨는 "열심히 일하면 회사가 기여를 인정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번 교섭을 지켜보며 그 믿음이 크게 흔들렸다"며 "단순히 주식 몇 주를 더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DX 직원들의 노동 가치를 동등하게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12년차 직원 한모 씨도 "회사는 어려울 때마다 직원들에게 위기 극복과 희생을 요구했고 우리는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며 "이렇게 많은 직원이 거리로 나왔다는 사실 자체를 경영진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정환 동행노조 사무국장은 "오늘 우리가 모인 이유는 고작 주식 몇 주 때문이 아니다"라며 "글로벌 일류 기업이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 가려진 DX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가치를 증명하고 사측의 일방적인 경영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집회 중에는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삼성전자가 초일류 기업이 되는 날 그 열매와 보람을 임직원과 협력업체가 함께 나누겠다"고 말한 과거 영상도 상영됐다. 영상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사업장 건물을 향해 "회장님의 약속 지금 지켜라"를 외쳤다. 백순안 동행노조 정책기획국장은 "흑백TV에서 보르도TV와 스마트TV, 하우젠과 비스포크, 애니콜에서 갤럭시까지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든 주인은 연구원과 개발자, 현장 직원들"이라며 "2026년 임금교섭을 바로잡고 2027년 교섭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수원을 넘어 서초로, 서초를 넘어 한남에서도 우리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격앙된 분위기와 달리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사회자의 안내가 나오자 참가자들은 앞줄부터 차례로 자리에서 일어나 질서 있게 집회장을 빠져나갔다. 행사 종료 후에도 일부 직원들은 사업장 정문 앞에 남아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기념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한편, 동행 노조 집행부는 조만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을 찾아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수원=황세웅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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