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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회] 두 호색한을 낚을 미끼, 연환계(連環計)

[52회] 두 호색한을 낚을 미끼, 연환계(連環計)
Source:chosun

사도 왕윤 이 자기 사택으로 돌아와 그날 향연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리며 좌불안석 어쩔 줄 모른다. 이윽고 밤이 깊어 중천에 뜬 달이 휘영청 밝아, 지팡이를 짚고 뒷마당을 거닐어 본다. 도미 꽃 덩굴 옆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노라니 눈시울이 촉촉해지며 눈물이 흐른다. 갑자기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린다. 누군가 모란정 옆에서 길게 한숨을 짓는다. 왕윤 이 발걸음 소리를 낮추어 가만히 다가가 보니, 자기 집 가기(歌伎)인 초선 (貂蟬)이 아닌가! 그녀는 어렸을 때 데려와 노래와 춤을 가르쳤다. 이팔방년(二八芳年·16세)에 용모와 재주가 뛰어나 왕윤 이 친딸처럼 아낀다. 그녀의 한숨 소리를 한동안 듣고만 있던 왕윤 이 슬쩍 다가가 꾸짖듯이 “어린 것이 웬 한숨 타령이냐? 사내 생각이라도 난 건가?” 초선 이 깜짝 놀라 무릎을 꿇으며 “어린 제가 어찌 감히 사사로운 마음을 품겠습니까?” 왕윤 : “그렇지 않다면, 이 깊은 밤에 어찌 여기까지 나와 한숨을 짓는단 말인고?” 초선 : “어린 소녀가 가슴에 담고 있는 말을 아뢰면 대감께서 들어주실는지요?” 왕윤 : “암! 그렇고말고! 숨김없이 사실대로 다 말해 보려무나!” 초선 : “대감께서 어린 저를 길러주시고, 가무를 배우게 해주시고, 친딸처럼 잘 대해 주신 은혜! 저의 몸이 콩가루가 될 정도로 노력해도 갚을 길이 없겠나이다. 근자에 대감께서 눈썹 사이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근심이 쌓인 것을 보니, 필시 조정에 큰 걱정거리가 있으리라 짐작은 하지만 감히 여쭙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오늘 밤 또다시 대감께서 편히 앉지도 못할 정도로 불안해하며, 탄식하는 걸 보니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나 봅니다. 그런 저를 대감께서 보실 줄은 생각조차 못 하였습니다. 하옵고, 만약에 저를 쓰실 용도가 있으시다면 만 번 죽는다고 해도 거역하지 않겠사옵니다.” 왕윤 , 감격하여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땅을 치며 “옳거니! 한나라 운명이 바로 네 손안에 달렸구나! 내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도다! 나를 따라오너라! 함께 화각(畫閣)으로 가자꾸나!” 초선 이 왕윤을 따라간다. 왕윤 은 그곳에 있던 아녀자들은 다 물러 보낸 다음에 초선을 앞에 앉게 하고는 대뜸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한다. 초선 은 소스라치게 놀라 땅에 엎드리며 “대감님! 어찌 이러시나요?” 왕윤 : “ 초선 아! 너는 부디 우리 한나라 백성들을 불쌍하게 여겨다오!” 말을 마치자, 눈물이 샘솟듯 한다. 영문을 모르는 초선 이 묻는다. “좀 전에 제가 말씀드렸듯이, 분부만 내려 주십시오. 만 번 죽어도 마다하지 않겠사옵니다.” 왕윤 이 무릎을 꿇은 채 차근차근 조목조목 알려 준다. “백성은 거꾸로 매달린 도현(倒懸)의 위기에 처해 있고, 군신은 달걀을 쌓아 놓은 누란(累卵)의 위험에 처해 있단다. 네가 아니고는 구해낼 사람이 없구나! 역적 동탁 은 황제의 자리를 넘보고 있고, 조정의 문무 대신들은 속수무책으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따름이다. 동탁 에게는 수양아들이 한 명 있다. 성은 여 , 이름은 포 라고 하는데, 대단히 날쌔고 용맹스럽기 짝이 없단다. 내가 보기엔 아비와 아들 둘 다 호색한이다. 그래서 ‘연환계(連環計·고리처럼 연결된 계책을 뜻함, 여기서는 미인계와 이간계를 결합하여 동탁과 여포를 떼어놓으려는 계책을 말함)‘를 쓰고자 한다. 말하자면, 너를 먼저 여포 에게 시집을 보내겠다고 약속하고는, 후에 다시 동탁 에게 바칠 생각이다. 네가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여, 아비와 아들이 서로 등을 돌리게 하고, 여포 로 하여금 동탁 을 죽이게 함으로써 천하에 가장 큰 악덕을 싹둑 잘라 내려 함이란다. 나라의 사직을 다시 바로 세우고, 전국 강산이 평온해지도록 하는, 이 두 가지가 모두 네 한 몸에 달렸단다. 너의 뜻은 어떠한고?” 초선 : “만 번 죽어도 사양하지 않겠노라고 이미 대감님께 약조하였사오니, 당장이라고 저들에게 바치기를 바라옵니다. 뒷일은 저 스스로 알아서 하겠나이다.” 왕윤 : “이 일이 만약 누설된다면 우리 가족은 모두 몰살될 것이다.” 초선 : “대감님! 조금도 걱정하지 마옵소서! 제가 만약 나라를 위한 큰 뜻에 보답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칼날도 달게 받겠나이다 ( 첩약불보대의 사어만인지하 ·妾若不報大義, 死於萬刃之下).” 왕윤 , 앳된 소녀의 당찬 각오에 너무나 감격하여 다시 절을 올리고 뒷걸음쳐 나온다. <계속> 🎧 AI 성우들의 명연기로 부활한 삼국지, 음성으로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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