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틈새 정조준...정밀진단 노리는 K-슬립테크 기업 살펴보니

"수면은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동안 병원에서만 가능했던 수면 진단이 이제 내 침실로 들어오고 있다."국내 수면 의학의 권위자인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처럼, 전 세계 수면 장애 인구가 급증하며 ‘슬립테크(Sleep-tech)’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수면 중 기도가 반복적으로 막혀 뇌와...
국내 수면 의학의 권위자인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처럼, 전 세계 수면 장애 인구가 급증하며 '슬립테크(Sleep-tech)'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수면 중 기도가 반복적으로 막혀 뇌와 심장에 산소 부족을 유발하는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 심혈관 질환, 뇌졸중, 인지기능 저하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며 의료·산업계의 최대 타깃 질환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확진을 위한 수면다원검사(PSG)는 병원에서 수십 개의 센서를 부착한 채 하룻밤을 보내야 하고 수십만 원의 비용과 긴 대기 기간이 필요해, 여전히 많은 잠재 환자가 진단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한 'AI 기반 홈 슬립 테스트(HST)'로 패러다임이 옮겨가는 가운데, 미국은 CPAP 강자와 삼성전자·애플 등 빅테크가, 한국은 에이슬립·위스메디컬 같은 다크호스가 각기 다른 무기로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상황이다. 팜이데일리 현재 재편되는 슬립테크 시장과 기술 현황을 분석해봤다. 스마트폰 마이크 vs 손목 위 센서...에이슬립, 빅테크 틈새 파고들다 이 질환의 글로벌 표준 치료 장비는 여전히 양압기(CPAP)다.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양압기를 포함한 전체 수면무호흡 장치 시장은 2025년 103억 달러(약 15조 2000억원)에서 2034년 228억 7000만 달러(33조 9000억원)까지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거대 시장을 레즈메드(ResMed), 필립스(Philips), 피셔앤파이켈 헬스케어 등이 'CPAP 빅3'로 장악하고 있다. 레즈메드의 작년 매출은 3조 9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와 같은 공룡들과 조용한 기술 경쟁에 나선 기업들이 있다. 국내 슬립테크 대표 주자인 에이슬립과 위스케디컬이 그 주인공이다. 에이슬립(A-Sleep)은 하드웨어 없이 스마트폰 마이크만으로 승부한다. 약 1만 건의 병원 수면다원검사(PSG) 데이터를 학습한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수면 중 호흡 소리를 분석해 수면 단계와 무호흡 이벤트를 추적한다. | 에이슬립의 디지털 진단보조기기 '앱노트랙'의 임상 검증을 주도한 윤인영 교수는 "수면다원검사는 일종의 바이블"이라며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 표준 검사 결과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비교해야 하는데, 비접촉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환자를 가려내는 민감도(87%)와 특이도(92%)가 상당히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교수는 "기존 스마트워치(웨어러블)나 매트리스 센서(니어러블)와 비교했을 때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는 에어러블(Airable) 방식인 앱노트랙이 편의성 면에서 압도적이며 성능 역시 가장 우수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철저한 B2B다. 2024년 5월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앱 기반 수면무호흡 진단보조 2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이후, API 형태로 제약사·보험사 등에 데이터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종근당과 공동판매 파트너십을 맺고 상급종합병원 및 1차 병의원 진입을 가속화하며 관련 매출을 단기간에 2배 이상 끌어올렸다.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의 '수면 무호흡 기능'으로 미국 FDA '드 노보(De Novo)' 승인을, 애플은 애플워치 가속도계 기반 호흡 방해 탐지 기능으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승인을 받았다. 이들 빅테크의 목표는 대중 스크리닝이다. 하지만 혈중 산소포화도(SpO2) 저하 패턴 등으로 위험군을 걸러내더라도, 정작 치료 계획 수립에 필수적인 뇌파(EEG) 데이터는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CPAP 시장의 절대 강자인 레즈메드 역시 스마트워치와 유사하게 접근성 위주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에이슬립은 바로 이 '블라인드 구간'을 정조준한다. 빅테크와 CPAP 강자가 '데이터의 양과 접근성'으로 파이를 넓힌다면, 에이슬립은 병원 연계 네트워크를 통해 'PSG 기반 딥러닝의 질'로 승부하며 의료기기급 정밀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마·가슴·팔 3패치 vs 이식형 임플란트...위스메디컬, 병원급 HST로 미국行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스핀오프한 한국 기업 위스메디컬은 폼팩터의 혁신으로 빈틈을 노린다. 이 회사는 이마, 가슴, 팔 세 곳에 붙이는 초박형 무선 패치 '테드림(Tedream)'을 개발했다. 뇌파(EEG), 심전도(ECG), 근전도(EMG), 산소포화도(SpO2), 호흡수, 체온 등 수면다원검사급 10가지 생체신호를 동시에 수집해, 기존 카뉼라나 흉부벨트 방식의 HST보다 훨씬 풍부한 임상 데이터를 제공한다. 현재 국내 임상을 마치고 조지아공대를 교두보 삼아 미국 FDA 인허가를 준비 중이다. 이에 맞서는 미국 측의 또 다른 대응 축은 '이식형 설하신경 자극 임플란트'다. 인스파이어 메디컬 시스템(Inspire Medical Systems)이 선도하는 이 장치는 가슴에 기기를 이식해 수면 중 턱 신경을 자극함으로써, CPAP를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중증 환자의 기도 붕괴를 막아준다. 2014년 FDA 승인 이후 적응증을 넓혀왔지만, 고가의 비용과 수술에 대한 부담이 진입 장벽으로 꼽힌다. | 전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 치료 장치 시장은 2024년 94억 2000만 달러에서 2032년 145억 5000만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 거대한 시장 안에서 위스메디컬 관계자는 "모든 환자가 임플란트를 택할 순 없지만, 모든 환자는 패치를 붙일 수 있다"는 명제로 글로벌 가정용 진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결국 CPAP 빅3와 임플란트가 치료의 큰 축을 굳건히 지키는 사이, 한국의 다크호스들은 스마트폰과 패치라는 혁신적인 도구로 진단과 선별의 빈틈을 채워나가고 있다. 윤인영 교수는 이러한 디지털 기기가 수면 진료의 풍경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며 '홈 모니터링(Home Monitoring)'의 보편화를 미래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미 간소화된 가정용 수면 검사가 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며 "앱노트랙처럼 정확도 높은 앱이 보편화되면 병원 문턱이 낮아져 숨어 있는 100만 명 이상의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발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비만 치료와의 연계성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체중 감량은 수면무호흡 치료의 첫걸음인데, 환자가 살을 뺐을 때 수면 상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앱으로 매일 확인할 수 있다면 치료 동기 부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향후 수면 단계와 질까지 분석하는 크로노트랙(ChronoTrack) 기술이 도입되면 불면증 환자 상담에도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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