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재진화가 K푸드 미래”...프랑스 거장의 미식 철학

지난 2일 미식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셰프들의 셰프’로 불리는 알랭 뒤카스가 한국을 방문했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약 30개 이상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그의 첫 번째 한국 레스토랑 ‘사피드 서울’ 오픈과 강릉 테라 로사 매장에 입점한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알랭 뒤카스 쇼콜라 파리’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우영미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 지하에 위치한 ‘사피드 서울’은 뒤카스가 22년 전 샤넬과 협업해 오픈한 ‘베쥬 알랭 뒤카스 도쿄’에 이어 패션 브랜드와 함께한 두 번째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 현지화,재진화,한국 레스토랑,알랭 뒤카스,프랑스 셰프,프랑스,사피드 서울,한국에 레스토랑 낸 프랑스 셰프 알랭 뒤카스,FOOD
한국에 레스토랑 낸 프랑스 셰프 알랭 뒤카스 지난 2일 미식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셰프들의 셰프’로 불리는 알랭 뒤카스가 한국을 방문했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약 30개 이상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그의 첫 번째 한국 레스토랑 ‘사피드 서울’ 오픈과 강릉 테라 로사 매장에 입점한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알랭 뒤카스 쇼콜라 파리’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우영미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 지하에 위치한 ‘사피드 서울’은 뒤카스가 22년 전 샤넬과 협업해 오픈한 ‘베쥬 알랭 뒤카스 도쿄’에 이어 패션 브랜드와 함께한 두 번째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덕분에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의 절제된 미학과 알랭 뒤카스의 미식 철학이 결합한 공간과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탁 트인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끄는 천장의 대형 패브릭은 우영미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데쿠파주(종이나 직물을 오려 붙이는 장식 기법)한 것인데, 협의 과정에서 미리 이미지를 본 뒤카스가 오랫동안 수집해 온 18세기 하바리움(식물 표본집) 액자들을 벽에 배치해 ‘자연의 컬러’라는 공간 전체의 시각적 연결성을 높였다. 뒤카스는 “한국의 민화와 유럽의 하바리움이 처음부터 하나인 듯 잘 어울리는 이유는 자연의 컬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뒤카스에게 ‘자연’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2014년 ‘자연주의 철학’을 발표한 이후 그는 지구와 인간을 존중하는 동시에 식재료가 가진 본연의 순수한 맛을 극대화한 음식을 추구하고 있다. ‘사피드 파리’와 ‘사피드 서울’ 역시 뒤카스의 자연주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컨셉트를 갖고 있다. - “모던하면서도 좀 더 캐주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뒤카스가 운영하는 최고급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1인당 수십만원 짜리 코스로 진행된다면, 사피드 서울에선 2만~4만원 선의 단품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지방·설탕·소금과 고기 단백질을 덜 사용해서 인간과 지구 모두를 위한 건강한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알랭 뒤카스가 미식계에 끼친 영향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중에서도 버터와 크림을 듬뿍 사용하는 무겁고 클래식한 전통 요리에서 벗어나 가볍고 현대적인 스타일로 프렌치 퀴진의 세대 교체를 이끈 것이 대표적이다. 또 전 세계에 지점을 내면서 프렌치 퀴진의 DNA는 유지하되, 현지 식재료와 문화를 결합한 ‘글로컬(Global+Local·세계화와 지역화를 함께 고려한다는 뜻)’ 전략을 선도한 것도 뒤카스의 철학이다. - “프렌치이면서 프렌치스럽지 않은 감각의 식당을 추구하기에 세계 어디를 가든 현지 식재료를 공급 받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레스토랑을 오픈하기 전 현지에 어떤 식재료가 있는지, 어떤 것을 사용할 수 있는지 꼼꼼하게 연구한다.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현지 고객들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 “물론이다. 이번에도 패션 브랜드와 함께하는 곳이라 건물과 패션과 음식이 어떡하면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공간 컨셉트와 메뉴를 개발했다. 현재로선 모든 게 만족스럽다.”(웃음) - “서울은 매우 매력적인 목적지다. 역동적이고, 창의적이고. 기술 강국이기도 하다. 요리 산업에 있어서도 재능 있는 셰프들이 많은 도시다. 우리 입장에선 경쟁자가 많다는 얘기이긴 하지만.”(웃음) - “혁명이 아니라 재진화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자신의 DNA와 전통을 보존하면서 현대로 가야 미식도 발전할 수 있다. 방법은 현재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변화하는 것이다. 물론 요즘의 젊은 소비자들은 정보도 많고, 호기심도 많다. 이렇게 원하는 것 많고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유치해야 하니까 셰프는 정말 어려운 직업이다.(웃음) 하지만 이런 소비자들을 두려워해서도, 그렇다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요구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떨 때는 그들이 예상치 못했던 요리로 놀라게 할 필요도 있다.”(웃음) - “프랑스 요리가 이렇게 현대적일 수도 있구나!” - “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들에 가서 식사를 하거나, 서울의 ‘이타닉 가든’ ‘밍글스’처럼 확실하게 맛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즐기는 게 건강의 비결이다.(웃음) 나의 영감의 원천은 ‘세상’이다. 세상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올해 70세인 그의 휴대폰에는 ‘헬로 키티’ 캐릭터 스티커가 붙어 있다. 열다섯 살 짜리 딸이 3년 전 “아빠가 더 젊어 보이려면 이런 게 필요하다”며 붙여줬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손때 묻은 스티커를 만지작거리며 진지함과 위트를 적절히 섞어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 그가 지난 50여년 간 ‘알랭 뒤카스 미식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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