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 ‘투수 등판’ 허용할 때[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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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투수 빅토르 메데로스는 지난 18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 경기에서 팀이 13-1로 앞선 8회 말 2사 2, 3루에서 좌전 2타점 적시타를 쳤다. 상대 투수는 본업이 포수인 카일 히가시오카였다. 메데로스가 친 공은 시속 42.4마일(68.2km)짜리 '이퓨스(Eephus)'였다. 이퓨스는 큰 곡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이른바 '아리랑 볼'이다. 투수가 포수의 공을 쳐 안타를 만든 장면도 진풍경이었다. MLB에서는 패전이 확실한 상황에서 야수 투수의 등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송성문
방승배 체육부장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투수 빅토르 메데로스는 지난 18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 경기에서 팀이 13-1로 앞선 8회 말 2사 2, 3루에서 좌전 2타점 적시타를 쳤다. 상대 투수는 본업이 포수인 카일 히가시오카였다. 메데로스가 친 공은 시속 42.4마일(68.2km)짜리 ‘이퓨스(Eephus)’였다. 이퓨스는 큰 곡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이른바 ‘아리랑 볼’이다. 투수가 포수의 공을 쳐 안타를 만든 장면도 진풍경이었다. MLB에서는 패전이 확실한 상황에서 야수 투수의 등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송성문(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MLB 데뷔 후 첫 3안타를 때려낸 지난 20일 경기에서 기록한 안타 2개는 9회 13-2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야수의 볼을 친 것이었다. 각각 시속 44.4마일(71.5km)과 42.6마일(68.6km)이었다. 선발투수가 100마일(160km)을 던지는 무대에서 50마일(80km)이 안 되는 볼이 공존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MLB는 야수가 등판할 수 있는 상황을 규정으로도 만들어놨다. 경기가 연장전에 접어들었을 때, 팀이 최소 8점 차로 뒤지고 있을 때, 9회에 10점 차 이상 앞서고 있을 경우다. 한국프로야구(KBO리그)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야수 투수가 등장한 적이 드물게 있기는 했다. KT 소속이던 강백호가 지난해 7월 LG와의 잠실 경기에서 0-16으로 뒤지던 8회 말 구원투수로 나온 게 가장 최근 사례다. 고교 때 투수 출신인 그는 시속 144km 공을 던졌다. KBO리그에서 야수의 투수 등판을 거의 볼 수 없는 것은 아마도 팬들의 비난을 우려해서일 것이다. 승부의 진지함이 사라지고 프로 경기의 권위가 흔들릴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투구에 익숙하지 않은 야수의 부상 가능성도 있다. 야수의 공을 쳐 선수들의 개인 기록이 올라가는 통계 왜곡의 상황도 예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승부가 끝난 경기의 의미 없는 아웃카운트를 위해 패전처리투수를 소모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수 있다. 프로야구는 144경기의 장기 레이스다. 한 경기의 체력 관리가 시즌 전체를 좌우한다. MLB가 야수 등판을 인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MLB 못지않게 KBO도 선수 보호를 강조한다. 그러나 진정한 선수 보호는 의미 없는 공 30개를 줄여주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한 경기에서 6명 이상 불펜을 소모하게 되면 이후 2∼3일간 투수 운용에 큰 부담이 된다. 수도권 구단 A 투수 코치는 “승부가 사실상 기울어진 경기에서 여러 명의 불펜 투수를 소모하면 다음 경기부터 가용 자원이 줄어든다. 특히, 연투가 잦은 중간 투수들에게 그 부담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프로야구는 시대와 함께 변해 왔다. 피치클록도,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도 처음에는 모두 낯설었다. 야수 투수 등판이 일상적인 팀의 전략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히 가져가되 기존 관행을 한번 바꿔보면 어떨까. 이미 긴장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유격수나 중견수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장면은 오히려 팬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줄 수도 있다고 본다. 다음 경기와 시즌 전체를 고려하는 것이 더 팬들을 중시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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