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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도감] 작년에 온 러브버그,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이웃도감] 작년에 온 러브버그, 죽지도 않고 또 왔네🐛
Source:khan

‘야생의 ○○가 나타났다!’숲이 아닌 도시 한복판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동식물을 마주칩니다. 어떤 생명은 도시로 밀려들고, 어떤 생명은 하루아침에 베이고 뽑혀 나갑니다. [이웃도감]은 도시에서 인간과 어색하게 공존하는 동식물을 기록합니다.지난달 1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 난간에 러브버그가 기어 다니고 있다. 오경민 기자올해도 어김없이 붉은등우단털파리, ···

숲이 아닌 도시 한복판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동식물을 마주칩니다. 어떤 생명은 도시로 밀려들고, 어떤 생명은 하루아침에 베이고 뽑혀 나갑니다. [이웃도감]은 도시에서 인간과 어색하게 공존하는 동식물을 기록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붉은등우단털파리, 이른바 ‘러브버그’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보다는 덜 보인다고 느끼지 않으셨나요? 최근 몇 년간 서울 은평구 봉산과 북한산, 인천 계양산 등을 까맣게 뒤덮었던 러브버그는 이제 더 넓은 지역에서 더 낮은 밀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도권 지자체가 접수한 관련 민원 수도 올해 들어 크게 줄었습니다. 한국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외래종인 러브버그가 한국 언론에 처음 보도되기 시작한 건 2022년 여름입니다. 2015년과 2018년 인천에서 발견된 기록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서울 서북부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일대에서 대발생하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입니다. 이후 서울 북부와 경기 서부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러브버그는 지난해 안산, 수원, 양평 등 경기 남부와 포천 등 경기 북부에서 새롭게 발견됐습니다. 올해는 충남 아산과 천안에서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러브버그는 매우 느릿느릿 비행합니다. 수명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습니다. 이런 종이 해마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걸까요. 곤충학자들은 러브버그가 ‘히치하이킹’을 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차량 등에 달라붙어 고속도로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러브버그가 한국에 들어올 때도 인천을 오가는 화물이나 선박에 달라붙어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산둥반도에 사는 종과 유사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러브버그를 키운 건 도시와 기후변화 러브버그는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약 보름 동안 발생합니다. 토양 온도와 습도 조건이 맞으면 집단으로 우화합니다. 우화는 애벌레가 성충이 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성충이 되면 암수가 교접한 상태를 유지하며 쌍으로 다니는데,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은 몸집이 더 큰 암컷입니다. 수컷은 우화한 지 3일 안에, 암컷은 7일 안에 수명을 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브버그나 동양하루살이처럼 도심에서 대발생하는 곤충들은 대부분 성충 기간이 짧습니다. 애벌레 때는 흙 속이나 물 속, 낙엽층 등에 숨어 살다가 성충이 된 뒤에야 사람 눈에 띄는 곳으로 나옵니다. 수백에서 수만 마리가 한꺼번에 우화하는 것도 생존 전략입니다. 동시에 많이 나타나야 천적에게 잡아먹히더라도 일부는 살아남아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곤충 연구자들은 기후변화와 도시 열섬현상이 러브버그 대발생을 부추겼다고 봅니다. 연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한반도의 여름이 고온다습해지면서,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곤충들이 번식하고 살아남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기온이 오르면 알에서 유충, 유충에서 성충으로 이어지는 생활사도 더 빠르게 순환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짧은 기간에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많은 도시는 주변 지역보다 기온이 높게 나타나는 열섬현상이 강합니다. 이런 환경은 일부 곤충의 서식과 번식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똑같이 개체 수가 늘어도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문제가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산림이나 농지에서도 매년 대량 발생하는 곤충들이 있습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산림 등에서도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종들이 있지만 사람들과의 접점이 적기 때문에 비교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도시에서는 민원이나 시민 불편이 증가하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가 해충이라고 하면 해충이야 러브버그를 두고는 ‘익충이냐 해충이냐’는 논란도 반복됩니다. 러브버그는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고, 짧은 성충기가 끝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집니다. 유충은 낙엽이나 죽은 나무 등 유기물을 분해하고, 성충은 꽃의 꿀을 먹으며 수분을 매개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생태적으로는 이로운 역할을 하는 곤충인 셈입니다. 서울시는 러브버그, 동양하루살이 등을 ‘유행성 생활불쾌곤충’으로 규정하고 방제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서울시는 “시민 86%는 익충이더라도 대량 발생 시 해충으로 인지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유행성 생활불쾌곤충을 방제 대상으로 삼는 조례는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도 지난해 통과됐습니다. 불청객과 함께 살기 기후변화와 생태계 변화에 따른 곤충 대발생은 러브버그, 동양하루살이에 그치지 않을 전망입니다. 곤충학자들은 앞으로 아열대성 곤충의 대발생이 더 빈번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곤충들을 싹 쓸어버리는 ‘화학적 방제’는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렵습니다. 살충제를 광범위하게 뿌리면 러브버그뿐 아니라 다른 곤충과 새, 토양 생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발생 밀도를 낮추고 생활 불편을 줄이는 방식의 친환경 방제가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천적을 이용하는 방식, 끈끈이 트랩이나 유인등을 설치하는 방식, 식물 추출물을 이용하는 방식 등이 거론됩니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임채연 연구자는 석사 논문 <불청객 곤충과의 어색한 공존>에서 소위 ‘친환경 방제’가 “쏟아지는 민원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수도, 대발생 곤충에 전면적인 화학적 방제를 할 수도 없는 행정 딜레마 속에서 하나의 돌파구가 됐다”고 표현합니다. 지자체가 친환경 방제에 애쓰는 동안 시민들도 생활 속 대처 요령을 익혀가고 있습니다. 야간 조명을 줄이고, 외출할 때 어두운색 옷을 입고, 여름철이 오기 전 문틈과 방충망을 점검하는 식입니다. 곤충이 건물이나 창문에 달라붙었을 때는 살충제보다 물을 뿌려 떼어내는 방법도 권장됩니다. 임 연구자의 논문에 실린 서울 성수동 한 카페 사장과의 인터뷰에서 ‘공존’의 힌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카페 사장은 러브버그 이전부터 한강에서 대발생해 성수동 번화가, 잠실야구장 등에 집단 출현한 동양하루살이를 여름마다 마주치고 있습니다. 사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루 지나면 죽으니까, 죽은 애들은 쓸어내거나. 아니면 이렇게 해가지고 이렇게 (툭 쳐서 날려보내며). 이게 처음에는 너무 싫었는데, 이젠 약간 공생하고 있어요. 저기도 있고, 어디에나 있으니까. 뭐 죽여봤자 어차피 내일 죽을 애들, 따로 죽일 필요도 없죠.” ‘워낙 한강이랑 가까워서 어렵겠다’는 연구자의 말에는 이렇게 답합니다. “근데 뭐, 비 안 오게 해달라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닐까요? 얘네들 안 나오게 해달라는 거랑? 그냥 생태계니까.” 참고문헌 임채연, 「불청객 곤충과의 어색한 공존」, 연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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