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하나, 국민의힘 하나' 기초의회 나눠먹기 판을 깨라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동네 벽보와 현수막에는 어김없이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기호 1번과 2번의 순서는 종종 바뀌지만, 등장하는 얼굴은 언제나 더불어민주당 후보 한 명, 국민의힘 후보 한 명이다. 한 선거구에서 2명의 의원을 뽑는 기초의회 선거구에, 양당은 아주 자연스럽게 후보를 딱 '1명씩'만 내보낸다. 원래 한 정당이 후보를 '1-가', '1-나' 또는 '2-가', '2-나'처럼 복수로 공천할 수 있음에도 양당은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다. 굳이 자기 당 후보끼리 표를 쪼개며 위험을 감수하느니, 상대 당과 사이좋게 한 자리씩 나눠 갖는 쪽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표를 던지기도 전에 당선자 두 명의 얼굴이 사실상 확정되는 이 기묘한 침묵의 담합, 그 중심에는 '기초의회 2인 선거구'라는 거대 양당 친화적인 기득권 철옹성이 있다. 2인 선거구, 경쟁 없는 그들만의 낙원 원래 기초의회 선거는 한 선거구에서 2명에서 4명까지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출발했다. 양당 독식 구조를 깨고 다원적인 지역 정치를 펼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거대 양당은 이 제도를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조작해냈다. 공직선거법 제26조 제4항은 기초의원 선거구를 2인 이상 4인 이하로 정하도록 하면서, "다만, 하나의 구·시·군의원지역구에서 4인을 선출하는 때에는 2개 이상의 지역구로 분할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광역의회를 독점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 "다만" 뒤에 숨은 조항을 악용했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3~4인 선거구안을 제출해도 매번 조례 개정을 통해 가위질을 단행했고, 3·4인 선거구를 대부분 '2인 선거구'로 쪼개버렸다. 이유는 단순하다. 2인 선거구로 만들어두고 양당이 각각 후보를 1명씩만 공천하면, 치열한 표 계산이나 정당 간 경쟁을 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1명, 국민의힘 1명이라는 '카르텔'이 완성되는 순간, 선거는 주민의 평가를 받는 경쟁의 장이 아니라 양당이 의석을 절반씩 분배하는 요식행위로 전락한다. 제3정당이나 정치 신인이 의미 있는 득표율을 올려도, 2등까지만 당선되는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고사한다.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공천권자 해바라기' 이처럼 양당이 2인 선거구에 적응해 '1당 1후보' 공천 전략으로 일구어낸 과소경쟁 구조는 동네 정치를 급속도로 병들게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의 선택권이 완벽히 무력화된다. 유권자는 "누가 더 일을 잘할까"를 비교하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양당이 이미 당선권으로 찍어 내려보낸 후보에게 요식행위로 표를 던질 뿐이다. 제3의 대안을 선택할 기회조차 봉쇄당한다. 전체 내용보기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동네 벽보와 현수막에는 어김없이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기호 1번과 2번의 순서는 종종 바뀌지만, 등장하는 얼굴은 언제나 더불어민주당 후보 한 명, 국민의힘 후보 한 명이다. 한 선거구에서 2명의 의원을 뽑는 기초의회 선거구에, 양당은 아주 자연스럽게 후보를 딱 '1명씩'만 내보낸다. 원래 한 정당이 후보를 '1-가', '1-나' 또는 '2-가', '2-나'처럼 복수로 공천할 수 있음에도 양당은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다. 굳이 자기 당 후보끼리 표를 쪼개며 위험을 감수하느니, 상대 당과 사이좋게 한 자리씩 나눠 갖는 쪽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표를 던지기도 전에 당선자 두 명의 얼굴이 사실상 확정되는 이 기묘한 침묵의 담합, 그 중심에는 '기초의회 2인 선거구'라는 거대 양당 친화적인 기득권 철옹성이 있다. 2인 선거구, 경쟁 없는 그들만의 낙원 원래 기초의회 선거는 한 선거구에서 2명에서 4명까지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출발했다. 양당 독식 구조를 깨고 다원적인 지역 정치를 펼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거대 양당은 이 제도를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조작해냈다. 공직선거법 제26조 제4항은 기초의원 선거구를 2인 이상 4인 이하로 정하도록 하면서, "다만, 하나의 구·시·군의원지역구에서 4인을 선출하는 때에는 2개 이상의 지역구로 분할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광역의회를 독점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 "다만" 뒤에 숨은 조항을 악용했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3~4인 선거구안을 제출해도 매번 조례 개정을 통해 가위질을 단행했고, 3·4인 선거구를 대부분 '2인 선거구'로 쪼개버렸다. 이유는 단순하다. 2인 선거구로 만들어두고 양당이 각각 후보를 1명씩만 공천하면, 치열한 표 계산이나 정당 간 경쟁을 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1명, 국민의힘 1명이라는 '카르텔'이 완성되는 순간, 선거는 주민의 평가를 받는 경쟁의 장이 아니라 양당이 의석을 절반씩 분배하는 요식행위로 전락한다. 제3정당이나 정치 신인이 의미 있는 득표율을 올려도, 2등까지만 당선되는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고사한다.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공천권자 해바라기' 이처럼 양당이 2인 선거구에 적응해 '1당 1후보' 공천 전략으로 일구어낸 과소경쟁 구조는 동네 정치를 급속도로 병들게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의 선택권이 완벽히 무력화된다. 유권자는 "누가 더 일을 잘할까"를 비교하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양당이 이미 당선권으로 찍어 내려보낸 후보에게 요식행위로 표를 던질 뿐이다. 제3의 대안을 선택할 기회조차 봉쇄당한다. 더 큰 문제는 견제와 감시의 실종이다. 어차피 상대 당 후보와 경쟁할 필요도 없고, 소수정당의 진입도 막혀 있으니 기초의원들은 주민의 눈높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음 선거에서 다시 당선되는 열쇠는 주민의 평가가 아니라, 공천권을 쥔 지역구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의 의중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주민을 위한 의정 활동 대신 국회의원 출판기념회나 행사장을 쫓아다니는 '해바라기 정치인'이 양산되는 비극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앙 정치에서는 틈만 나면 상대를 향해 정권 심판이니, 거당적 악법이니 외치며 극한 투쟁을 벌이는 양당이다. 그러나 동네 의회 의석을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 먹는 2인 선거구 판 안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완벽한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인 선거구 폐지하고, 비례대표 확대해야 더 이상 경쟁이 사라진 '그들만의 리그'를 방치할 수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생명력인 건전한 정치 경쟁을 복원하기 위해선 선거 제도의 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첫째, 기초의회 '2인 선거구'를 전면 폐지하고 3~5인 중대선거구제를 의무화해야 한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최소 3명 이상을 선출해야 거대 양당이 후보를 1명만 내서 안주하는 꼼수를 막을 수 있다. 3~5인 선거구가 되어야 득표율에 따라 다양한 정당과 신인 정치인이 진입할 수 있고, 거대 양당 역시 실제 주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치열한 정책 경쟁을 펼치게 된다. 광역의회가 마음대로 선거구를 쪼개지 못하도록 공직선거법의 분할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시급하다. 둘째, 기초의회 비례대표 비율을 3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 현재 전체 의석의 10% 남짓에 불과한 기초의회 비례대표는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비례대표 비율을 늘려, 지역 내 다양한 의제(기후위기, 장애, 노동, 돌봄 등)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정당 득표율만큼 정당하게 의석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혁의 주인공은 주권자인 시민 문제는 거대 양당이 스스로 '개과천선'하여 제도를 바꿀 리가 만무하다는 점이다. 정치 기득권은 결코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명실상부 주권자인 시민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 세계 선거제도 개혁의 역사를 보면, 정치권에 맡겨둔 '위로부터의 개혁'은 번번이 실패했지만 시민이 주도한 '아래로부터의 개혁'은 반드시 판을 바꾸어 냈다. 한국의 지방정치 역시 마침내 그 갈림길에 서 있다. 거대 양당이 짜 놓은 '2인 선거구 나눠먹기'라는 기득권의 그늘에 안주하는 한, 동네 정치는 결코 주민의 삶을 바꿀 수 없다. 공천권자의 눈치만 보는 정치가 아니라 주민의 목소리를 두려워하는 정치를 만드는 열쇠는 결국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대리전도, 양당의 의석 나눠먹기용 전유물도 아니다. 2인 선거구 폐지와 비례대표 확대, 그리고 거대 양당의 독점을 깨뜨릴 선거제도 개혁은 주권자인 시민이 마음먹고 판을 흔들 때 비로소 가능하다. 던진 표가 그대로 의석이 되는 상식의 지방정치를 향해, 이제 시민이 직접 개혁의 주인으로 일어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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