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웃음 코드로 담아낸 사랑에 대한 철학 뮤지컬 '안녕! 크로아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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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독회를 비롯해 2018년 대학로에서 열린 초연 무대를 보지는 못했지만, 처음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작품의 모티브였다. 사랑을 고백하는 여자와 그 고백의 무게를 건네받은 남자를 밝은 빛과 어두운 빛으로 대비시켜 한 프레임 안에 담아낸 작품 프랭크 딕시의 ‘고백’, 또 다른 한 가지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실제로 존재하는 ‘실연박물관’, 이별 후에 연인과 함께 추억했던 물건을 기증받아 전시하는 박물관이라고 했다. 관객들이 공연을 선택할 때 모티브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는데, 이
2017년 독회를 비롯해 2018년 대학로에서 열린 초연 무대를 보지는 못했지만, 처음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작품의 모티브였다. 사랑을 고백하는 여자와 그 고백의 무게를 건네받은 남자를 밝은 빛과 어두운 빛으로 대비시켜 한 프레임 안에 담아낸 작품 프랭크 딕시의 ‘고백’, 또 다른 한 가지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실제로 존재하는 ‘실연박물관’, 이별 후에 연인과 함께 추억했던 물건을 기증받아 전시하는 박물관이라고 했다. 관객들이 공연을 선택할 때 모티브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반은 성공하고 들어간 셈이다. 이 두 모티브는 로맨스 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대표하는 에피소드로 설정 및 확장되어 작품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프랭크 딕시의 작품 ‘고백’과 실연박물관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사랑의 불확실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이 작품의 출발점은 그 불확실성이 지닌 사랑의 불완전함에 대한 의문이 아니었을까? ‘기억을 지우면 사랑도 지워질까?’ 라는 질문은 불확실성과 불완전함에 기인한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미술관에서 일하는 밝고 솔직한 모습의 정인과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낼 줄 모르는 정신과 의사 남해는 미술관에서 프랭크 딕시의 ‘고백’ 그림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고, 이 그림을 계기로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둘이 함께 떠난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정인은 남해의 프로포즈를 기대하지만, 남해는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해 결국 프로포즈를 하지 못하고, 다른 여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며 서로 상처만 안고 각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극중에서 실연박물관은 ‘기억을 맡기면 사랑의 흔적이 지워진다’는 판타지적 공간으로 설정되었는데, 둘은 이곳에 사랑의 기억을 맡기고 떠난다. 이 작품은 두 주인공을 통해 사랑의 불확실성이 빚어낸 불안과 두려움, 상처와 흔들림, 그것을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적 어법으로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냈다. 사랑에 빠져봤다면,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경험해봤을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이 공감을 얻으며, 사랑에 대한 경험과 추억을 소환시키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김소라 작가 특유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대사들이 마음에 와 닿아 몽글몽글함을 남겼다. 캐릭터에 딱 맞는 배우들의 캐스팅도 좋았는데, 통통 튀는 매력의 나서영 배우와 절제된 연기력을 보여준 이주순 배우는 각자의 캐릭터를 멋지게 잘 살려 주었다. 연출과 동시에 극중 1인 7역을 맡은 송광일 배우는 매 장면마다 웃음 코드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경쾌하게 끌어감으로써 모든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수녀 같지 않은 수녀 역을 할 때 관객들의 웃음이 가장 많이 나왔는데, 여러 역할을 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에 또 어떤 새로운 역할로 나올까 하는 기대심을 불러일으키며 작품에 생동감을 더해주었다. 음악은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각 장면의 느낌,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을 음악적으로 다채롭게 표현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귓가에 계속 맴돌았던 메인 테마 ‘프랭크 딕시의 고백’은 작품의 시점에 따라 정서를 다르게 재해석하며,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다층적으로 보여주었다. 심플하게 꾸려진 무대와 의자 등의 소품 활용은 무대가 전시관, 비행기, 크로아티아, 실연박물관 등 마법처럼 모든 공간이 되게 했고, 연극적 상상력을 더해준 많은 장치들은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무대 가운데 세워진 액자 모양의 틀은 다양하게 활용되었는데, 영상을 사용할 때 특히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프랭크 딕시의 ‘고백’ 그림이 걸린 마지막 장면과 영상은 사랑이야기의 완성된 결말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감동을 전해주었다. 남해가 크로아티아에서 정인에게 편지를 쓰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편지를 받은 정인을 통해 이야기의 실마리가 풀리는 흐름이었는데, 깔끔하게 맞아 떨어진 결론 부분도 좋았다. 정인과 남해는 실연박물관에서 정말로 기억을 맡기고 돌아왔을까? 11월 서울 공연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뮤지컬 <안녕! 크로아티아>를 보며, 사랑이란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불완전함을 이겨냈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기억이 지워져도 마음에 깊이 새겨진 사랑은 온전함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사랑의 과정 안에 불확실성과 불완전함은 이미 내포되어 있을 것이고, 사랑의 결정체는 그 자체로 완전하게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우리에게 특별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랑에 관한 보편성이 이번 작품을 통해 우리의 삶에 어떻게 특별하게 다가 왔는지,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는 각자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박수경 | 전주시청 홍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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