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뇌’를 가진 아이들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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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윤ᅵ논설위원 범죄 가해자가 성인이든 미성년자든,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힘든 고통과 상처를 준다는 점에선 다르지 않다. 어쩌면 어른도 아닌 아이에게 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무력감이 피해자를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만 10살 이상~14살 미만’ 촉법소년을 대변하는 일은, 마음에 묵직한 돌덩이를 얹는 것 같은 책임감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왜 성인만큼 몸집이 크고, 성인보다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는 만 12~13살(초등 6학년~중1)의 중범죄를 형사처벌하자는 최근 논의에 찬성하기 어려운가.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는 대뇌 피질 전전두엽은 충동을 억제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며,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기능을 하는데, 20대 중반이나 돼야 성숙한다. 반면 ‘원시뇌’로도 불리는 변연계 편도체는 감정적 자극과 두려움·분노를 담당하며, 사춘기 무렵 폭발적으로 발달한다. 청소년기엔 이성이 개입하기 전에, 감정적·충동적 행동이 앞서기 쉽다. 아이들의 신체 성장 속도와 디지털 정보 습득이 빨라졌다고 해서 뇌 발달상 변화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뇌가 미성숙하지만 신경회로망을 재구성하는 신경가소성이 높아서, 적절한 치료와 교육이 병행되면 사회화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엄벌과 낙인은 재범률만 높인다는 우려가 많다. 개인 편차는 있지만 이런 발달상의 특징이 있으니, 만 13살까지는 형사처벌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죄를 일깨우고 재범하지 않도록 가르치자는 게 촉법소년 제도의 취지다. 유엔아동권리협약(CRC)은 형사처벌 연령을 14살로 권고하지만, ‘피해자의 권리’를 외면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촉법소년이 누리는 그 권리가 피해자는 물론,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에 예외 없이 공평하게 주어진 권리임을 한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소년법원 판사들은 중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 상당수가 발달·정서상 장애가 있거나, 정상적인 양육과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대다수 성인들은 심신이 건강하게 태어나거나, 정상적인 보호와 훈육을 받고 자란 덕분에 어린 시절 ‘형사면책’의 권리를 행사할 기회가 없었던 것 아닐까. 혹여 자녀와 후손이 철없이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그런 자비와 관용, 리셋의 권리가 감사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촉법소년을 처벌하지 않는다”는 여론의 분노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 소년법상 초등 4학년인 만 10살부터 받게 되는 ‘보호처분’은 말만 보호이지, 실체는 처벌이다. 특히 8호 ‘1개월 이내 소년원 송치’, 9호 ‘단기 6개월 이내 소년원 송치’, 10호 ‘장기 2년 이내 소년원 송치(12살 이상만)’는 시설구금을 규정한다. 헌법상 의무교육이어서 나라가 공부를 가르쳐주고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이 구치소·교도소와 다를 뿐, 엄격하게 신체의 자유를 구속한다. 이 정도도 부족하다면, 형사처벌이 아니라 보호처분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중범죄를 저지르면 10살부터 부모와 격리해 시설에 가둬 가르치는 ‘엄벌주의’ 국가인데, 왜 국민들이 “처벌받지 않는다”고 오해하게 되었을까. 이 지점에서 정부와 국회,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방관해온 73년간의 무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소년법에서는 경찰이 사건을 수사할 권한이 없고, 관할 소년법원에 송치해 법원이 조사하도록 돼 있다. 범죄가 발생하면 일단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게 되는데, 수사 권한이 없으니 기본적인 가해-피해 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가령 불법성착취물이 담긴 휴대폰을 경찰이 압수할 수 없고, 가해자가 그 휴대폰으로 추가 범죄를 저질러도 피해자는 확인할 방법이 없는 ‘속수무책’이 벌어진다. 권한이 있는 소년법원 역시 행정력 미비로 조사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년법이 형사미성년자인 가해자를 ‘보호’한다면서, 그보다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피해자, 심지어 미성년자 피해자마저 ‘방치’한 역설은 촉법소년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키운 주요 원인이다. 촉법소년 피해자는 단지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상 피해자의 진술권, 재판기록 열람·등사권, 가해자 처벌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는 통지권을 박탈당했다. 가해자에게 피해 회복 능력이 없다면 국가라도 피해자 지원책을 마련했어야 하지만, 제도적 노력도 미흡했다. 이제 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능사인 것처럼 논하기 전에, 소년사법 체계부터 정비하는 게 순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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