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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폭염은 모두에게 오지만, 위험은 모두에게 같지 않다

[아침을 열며] 폭염은 모두에게 오지만, 위험은 모두에게 같지 않다
Source:idomin

올여름 경남에서는 폭염으로 말미암은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랐다. 고성의 90대 여성과 사천의 90대 남성, 하동의 80대 여성에 이어 양산에서는 밭일을 하던 60대 여성이 쓰러져 숨졌다. 연령도 거주 지역도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이들은 모두 고령자이거나 한낮에도 야외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폭염은 모두에게 찾아왔지만, 그 피해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집중됐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폭염은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위험을 안기는 ‘건강 불평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이러한 현실

노인·저소득층·옥외 노동자 더 위협 건강 불평등 줄일 종합적인 정책 필요 올여름 경남에서는 폭염으로 말미암은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랐다. 고성의 90대 여성과 사천의 90대 남성, 하동의 80대 여성에 이어 양산에서는 밭일을 하던 60대 여성이 쓰러져 숨졌다. 연령도 거주 지역도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이들은 모두 고령자이거나 한낮에도 야외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폭염은 모두에게 찾아왔지만, 그 피해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집중됐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폭염은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위험을 안기는 ‘건강 불평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최근 학술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최원빈·유명순 교수가 올해 발표한 <기후위기의 건강영향과 국내 건강정책과 시스템 연구: 당면 과제 설정을 위한 비판적 고찰>은 폭염과 같은 기후 위기를 단순한 자연 재난이 아니라, 건강 정책과 건강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공중보건 과제로 규정한다. 연구는 기후 위기 건강 영향이 재난 복잡화, 건강 불평등 심화, 국가와 부문을 넘나드는 탈 경계성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특히 폭염 피해는 기온 자체보다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달라지며, 노인·저소득층·옥외 노동자와 같은 취약 집단에 집중되면서 기존 건강 격차를 더욱 확대한다고 지적한다. 연구는 우리나라 대응에도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지금까지는 온열 질환 발생을 감시하거나 폭염 특보를 발령하는 등 위험을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앞으로는 건강 정책과 건강 시스템 자체를 기후 위기에 알맞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 의료뿐 아니라 복지, 노동, 도시 계획, 환경,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건강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모든 정책에서 건강 형평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기후 위기로 심화되는 건강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경남은 이러한 위험이 더욱 큰 지역이다. 전국에서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농업 종사자 비율도 높다.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으며, 농촌 지역은 의료와 돌봄 서비스 접근성도 도시보다 낮다. 같은 폭염이라도 도시에서 실내 근무를 하는 사람과 한낮 논밭에서 일하는 농업인은 전혀 다른 위험에 노출된다. “한낮에는 작업을 멈추라”는 권고는 생계를 위해 하루 일당을 포기할 수 없는 농업인과 야외 노동자에게는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이야기다. 건강은 개인 선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사회·경제적 조건이 건강을 결정한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올해 온열 질환자는 이미 1000명을 훌쩍 넘어섰으며, 환자 상당수는 65세 이상 고령자이거나 실외 작업 중에 피해를 입은 사람이었다. 이는 폭염이 단순한 기상 재난이 아니라 건강 형평성 문제임을 보여준다. 더위는 모두에게 오지만, 병원으로 실려 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우리 대응이 아직도 폭염 자체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무더위 쉼터를 만들고 그늘막을 설치하며 폭염 특보를 발령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건강 불평등을 줄일 수 없다. 소개한 연구 역시 획일적인 사후 대응만으로는 기후 위기로 심화되는 건강 불평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보건 정책뿐 아니라 복지, 노동, 주거, 도시 계획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독거노인을 찾아가는 방문 건강관리, 에너지 빈곤층 냉방비 지원, 농업인과 야외 노동자 휴식권 보장, 열섬을 줄이는 도시 환경 조성, 지역사회 돌봄 체계 강화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폭염으로 말미암은 건강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기후 위기로 말미암아 앞으로 폭염은 더욱 자주, 그리고 더욱 강하게 찾아올 것이다. 폭염 자체는 막을 수 없어도 폭염으로 말미암은 건강 불평등은 줄일 수 있다. 가장 취약한 사람을 먼저 보호하는 사회가 결국 모두를 지키는 사회다. 이제는 폭염을 단순한 여름철 재난이 아니라 건강 불평등 문제로 바라보고, 그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김영수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예방의학 보건정책) 조교수 조은 독자 되겠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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