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랜드도 이긴 日동물원, 생존위기 처했다 [나우,어스]
![디즈니랜드도 이긴 日동물원, 생존위기 처했다 [나우,어스]](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02/news-p.v1.20260727.ae1504979ac5483d99da6cf50504a216_T1.jpg)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일본은 인구 대비 동물원 수가 세계에서 손꼽히게 많은 나라다. 한 해 동안 동물원을 찾는 방문객 수는 일본 프로야구 전체 관중과 도쿄디즈니랜드·디즈니씨 방문객을 합친 것보다 많다. 유명 동물을 보러 수백km를 이동하는 팬들도 있고, 동물들의 일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연일 화제가 된다. 그러나 이런 인기 이면에는 전혀 다른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150여 년에 걸쳐 구축된 일본의 동물원 네트워크가 고령화와 인구 감소, 지방재정 악화, 물가 상승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물원과 야생동물 보전을 연구해온 도미사와 가나코 연구원은 “예전에는 지방정부 재정에 여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동물원을 제대로 운영할 예산은 부족한데, 눈앞에 살아 있는 동물들이 있으니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 최초의 동물원은 1882년 도쿄에서 문을 열었다. 1900년대 초에는 철도회사들이 교외
150년 역사 日동물원, 지방재정 악화에 벼랑끝 낮은 입장료·기부문화 부재...SNS 스타 동물 있어도 ‘적자’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일본은 인구 대비 동물원 수가 세계에서 손꼽히게 많은 나라다. 한 해 동안 동물원을 찾는 방문객 수는 일본 프로야구 전체 관중과 도쿄디즈니랜드·디즈니씨 방문객을 합친 것보다 많다. 유명 동물을 보러 수백km를 이동하는 팬들도 있고, 동물들의 일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연일 화제가 된다. 그러나 이런 인기 이면에는 전혀 다른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150여 년에 걸쳐 구축된 일본의 동물원 네트워크가 고령화와 인구 감소, 지방재정 악화, 물가 상승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물원과 야생동물 보전을 연구해온 도미사와 가나코 연구원은 “예전에는 지방정부 재정에 여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동물원을 제대로 운영할 예산은 부족한데, 눈앞에 살아 있는 동물들이 있으니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 최초의 동물원은 1882년 도쿄에서 문을 열었다. 1900년대 초에는 철도회사들이 교외 신도시 개발을 위해 잇달아 동물원을 조성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쟁을 겪은 아이들을 위로한다는 취지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동물원을 세웠다. 현재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에 등록된 동물원은 91곳, 지난해 방문객은 3800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세계 각국 동물원이 사료비와 전기요금, 수의료비 상승, 강화된 동물복지 기준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 상황이 유독 심각하다는 점이다. 일본 동물원의 약 80%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립시설이다. 세금 의존도가 높다 보니 지자체 예산이 줄면 곧바로 운영난으로 직결된다. 미국 등 해외 동물원은 입장료와 회원권, 기념품 판매, 후원금과 기부로 재원을 스스로 마련한다. 하지만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일본은 세계기부지수 조사에서 142개국 중 141위에 머물 만큼 기부 문화가 약하고, 개인 기부 규모도 국내총생산(GDP)의 0.23%에 불과해 주요 7개국(G7) 중 최하위다. 입장료도 지나치게 낮다. 공립 동물원의 평균 입장료는 3~4달러(약 4000~5000원) 수준이고, 어린이와 65세 이상은 무료인 곳도 많다. 반면 런던동물원은 성인 기준 약 47달러, 호주 타롱가동물원은 39달러, 미국 샌디에이고동물원은 78달러에 달한다. 그마저도 입장료를 올리려면 지자체 승인을 받아야 해 동물원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유명 동물이 아무리 인기를 끌어도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다. 일본에서 ‘훈남 고릴라’로 불리는 샤바니와 기요마사, 인기 코알라 아즈마, 그리고 최근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된 아기 원숭이 ‘펀치’가 대표적이다. 이치카와시 동물원의 ‘펀치’는 어미에게 버림받은 뒤 사육사가 이케아 오랑우탄 인형을 안겨주면서 유명해졌다. 인형을 꼭 끌어안고 혼자 다니거나 다른 원숭이들에게 혼나는 모습이 SNS에서 퍼지며 ‘펀치의 인형’이 전 세계에서 품절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정작 동물원은 이런 인기를 충분한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난은 인력난으로도 번지고 있다. 일부 동물원에서는 사육사의 3분의 1가량이 기간제나 시간제 근로자다. 낮은 임금 탓에 숙련된 사육사가 떠나고, 그 자리를 경험이 부족한 인력이 메우는 경우도 늘고 있다. 동물 개체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1980년대와 비교하면 일본의 아프리카코끼리와 고릴라는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기린은 1987년 236마리에서 지난해 186마리로 줄었고, 1994년 122마리였던 해달은 현재 단 두 마리만 남았다.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 수는 지난 50년간 평균 73% 줄었다. 이에 따라 현대 동물원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멸종위기종 보전과 연구, 국제 번식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역할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일본 동물원들은 국제 보전 사업에 참여하기는커녕 당장의 운영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운 실정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도미사와 연구원은 “동물원에 맡겨진 모든 동물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하기를 바랐다”며 “하지만 이제 현대 동물원의 역할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동물의 서식지를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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