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구조 개편’ 아닌 ‘권력 연장’ 논쟁 변질 자초...“개헌 물 건너갔다”

“결국 주권자인 국민 선택의 문제.” 이재명 대통령의 복심인 조정식 국회의장이 대통령 연임 개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내놓은 이 한마디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헌법상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연임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헌법학계의 다수 견해다. 그런데도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가능성을 열어두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으면서 개헌 논의 자체가 거센 역풍에 휩싸였고 좌초될 위기까지 내몰렸다.결국 어렵게 불씨를 키우던 개헌 동력을 친명(親이재명)계 핵심인 조 의장이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쏟아지고 있다
골든타임이라더니...40년 만의 개헌 기회 걷어찬 친명 국회의장 흩어진 신뢰, 사라진 동력...‘승자독식 정치 개혁’ 李 공약 물거품? “결국 주권자인 국민 선택의 문제.” 이재명 대통령의 복심인 조정식 국회의장이 대통령 연임 개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내놓은 이 한마디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헌법상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연임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헌법학계의 다수 견해다. 그런데도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가능성을 열어두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으면서 개헌 논의 자체가 거센 역풍에 휩싸였고 좌초될 위기까지 내몰렸다. 결국 어렵게 불씨를 키우던 개헌 동력을 친명(親이재명)계 핵심인 조 의장이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했던 권력 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개헌 역시 사실상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헌이 성사되려면 ‘여야 간 신뢰’와 ‘민심의 지지’가 전제돼야 하는데, 조 의장의 실언으로 오히려 불신만 키우면서 개헌의 취지가 ‘권력 연장’ 프레임에 갇혀버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재명 정부 임기 내 개헌 역시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 역시 제기된다. ADVERTISEMENT ‘여야 간 신뢰’도 ‘민심의 지지’도 한 번에 걷어차 ADVERTISEMENT 문제의 발언은 7월28일 조 의장의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그는 ‘야당이 개헌에 반대하는 이유로 이 대통령의 임기 연장 문제가 거론된다’는 질문에 “여러 정치적 당사자가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현직 대통령 연임도 개헌안에서 이슈가 될 텐데 헌법개정자문위원회나 개헌특위를 통해 의견이 수렴되지 않겠느냐”고 여지를 열어뒀다. 그러면서 “내년이 개헌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전임 우원식 전 국회의장의 대답은 달랐다. 지난 4월 그는 대통령 연임 개헌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헌법 제128조 제2항도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권력 연장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그럼에도 조 의장은 “주권자 국민”을 내세워 우 의장과 다른 답을 내놓았다. 우리 헌정사는 ‘국민의 선택’이라는 명분 아래 권력 연장이 정당화됐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이승만 정부의 발췌개헌과 사사오입 개헌, 박정희 정부의 3선 개헌과 유신헌법 모두 국가적 위기와 국민적 필요성을 앞세워 추진됐다. 그래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야는 초당적으로 현직 대통령에게는 연임 개헌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헌법에 명시했다. 조 의장의 발언은 의도와 무관하게 헌정 질서의 역사적 합의까지 흔드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논란이 커지자 의장실과 여권은 수습에 나섰다. 장현주 의장실 공보수석은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개헌은 국민적 공감대와 정치권 합의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정청래 전 대표, 김민석 전 국무총리 등 당권 주자들도 잇따라 “조 의장의 발언이 연임 개헌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청와대에서도 강훈식 비서실장과 홍익표 정무수석 등이 “이 대통령도 연임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개헌 논의는 ‘권력 구조 개편’이 아니라 ‘권력 연장’ 논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 의장이 친명계 좌장이자 이 대통령의 정무특보 출신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이번 발언에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고 공세를 이어갔다. 특히 장동혁 대표는 친명계 지지층에서 제기된 이 대통령의 ‘13년 집권론’과 연결시키며 여권의 개헌 진정성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을 향해 “‘연임은 없다’ 다섯 글자를 왜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느냐”고 압박했다. 논란의 후폭풍은 이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분위기다. 일단 이 대통령의 미국·남미 순방 성과는 개헌 논란에 묻히면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순방 기간이라도 SNS 정치는 잘만 해오지 않았나. 이번에도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명하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선택적 침묵을 이어간다면 이번 순방도 빛바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뼈아픈 대목은 이 대통령의 개헌 공약에도 직격탄이 됐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를 중심으로 한 개헌을 약속했다. 단순 대통령 임기 조정을 넘어 1987년 체제의 한계로 지적돼온 권력 구조를 손보겠다는 취지였다. 그간 제왕적 대통령제로 정권 말마다 국정운영이 급격히 흔들리고, 역대 대통령 상당수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던 만큼 권력 구조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인식돼 왔다. 이 대통령도 집중된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고 승자독식 정치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을 그렸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민주당이 앞으로 개헌을 다시 꺼내더라도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직 대통령 연임 문제를 국회의장이 직접 언급하면서 개헌 논의 자체가 ‘권력 연장’ 프레임에 갇혀버렸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개헌은 여야가 반드시 합의해서 진행해야 한다”며 등 돌린 야당을 진정성 있게 설득하지 않고선 개헌이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 고치라는 민심 요구 저버려 개헌 골든타임도 현실적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대통령 임기 2년 차를 넘기면 개헌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점은 정치권의 오랜 문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통령 취임 초반에는 국정 동력이 살아있고 차기 권력 경쟁도 본격화되지 않아 여야가 제도 개편을 논의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임기 중반 이후에는 모든 정치 일정이 차기 총선과 대선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개헌 논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역대 정부에서 개헌이 번번이 좌초된 이유이기도 하다. 현 정부 역시 임기 내 개헌 달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만약 당정이 다시 개헌을 추진하더라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 이미 정부와 여당은 6·3 지방선거 직전이었던 지난 5월 개헌을 추진했으나 국민의힘을 설득하지 못해 개헌 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인 200명 이상)를 확보하지 못하고 좌초됐다. 2028년 총선에서 단독으로 개헌선인 200석을 확보하는 시나리오는 아직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현실이 된 적이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개헌은 대통령 취임 직후처럼 정치적 동력이 가장 강한 시기에 구체적 개헌안을 갖고 신속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이미 정부는 초기 골든타임을 놓쳤고, 지방선거 이후 야권의 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개헌에 협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 임기 내 개헌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나마 총선 이후 새 정치 지형에서 다시 논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조 의장의 발언 한마디는 개헌의 명분과 동력을 동시에 허문 ‘악수(惡手)’가 됐다. 민심은 여권에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주문했지만, 정작 친명 핵심인 국회의장의 자충수로 논의 초점은 ‘권력 분산’에서 ‘권력 연장’으로 옮겨갔고, 그 순간 개헌의 동력과 골든타임은 흩어져버렸다. ADVERTIS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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