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냉장고가 드물던 시절...아이스케키와 얼음 파동을 겪었던 그 시절 여름

냉장고가 드물던 시절...아이스케키와 얼음 파동을 겪었던 그 시절 여름
Source:chosun

냉장고가 드물던 시절아이스케키와 얼음 파동을 겪었던 그 시절 여름 1960~1970년대 공장 얼음 시대 풍경

조선일보 사진기자들이 1950년대부터 촬영한 필름 약 1200만컷이 조선일보사의 서고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 필름들을 디지털화하여 아카이브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빛나던 순간의 사진들을 조선일보 멤버십 회원분들께 먼저 보여드립니다. 집에 냉장고가 없던 시절, 얼음을 사서 노끈에 묶어 갖고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얼음은 지금처럼 음료를 차갑게 만드는 기호품만은 아니었습니다. 생선과 고기, 채소가 상하지 않도록 보관하고 환자의 열을 식히는 데 쓰는 필수품이었습니다. 가정에서는 얼음을 넣어 내부 온도를 낮추는 ‘아이스박스’형 냉장고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1962년에만 서울에 얼음 공장 22곳이 있었습니다. 큰 얼음 덩어리를 창고에서 옮기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던 듯합니다. 신문 사진기자들은 여름이 되면 얼음 공장을 취재해 신문에 실었지요. 여름철 얼음 공장은 오늘날의 폭염 현장과 비슷한 단골 취재처였습니다. 창고 안쪽은 한겨울처럼 차갑고, 공장 밖에서는 얼음을 실은 리어카와 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갔습니다. “아스팔트가 녹아나는 뜨거운 여름철에 얼음을 도대체 어떻게 얼릴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1960년 7월 17일 자 조선일보 ‘어린이 차지’ 기사와 1962년 6월 16일 기사를 함께 살펴보시죠. “저절로 얼음이 생기는 겨울철보다 순식간에 스르르 녹아 버리는 여름철에 우리는 얼음을 더 많이 쓴다. ... 전에는 천연빙이라고 해서 겨울철에 얼었던 얼음을 그대로 보관하였다 쓰기도 하였는데 그것은 여러 가지 병균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지금은 인조빙만을 쓴다.” 천연빙은 겨울에 강이나 연못에서 잘라낸 얼음을 왕겨나 톱밥으로 덮어 빙고에 보관했다가 여름에 꺼내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조선 시대에도 얼음을 보관하는 동빙고와 서빙고가 있었지만, 천연 얼음은 원래 물이 얼마나 깨끗했는지 알기 어렵고 채취·운반·보관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이 컸습니다. 반면 인조빙은 공장에서 물을 정제한 뒤 기계로 얼리는 얼음을 가리킵니다. “(공장) 정문으로 들어서 바른편에는 오렌지색 ‘펭키(페인트)’로 단장한 복잡하게 얽혀진 기계가 두어 칸짜리 집만큼 큰 것이 있다. 노상 맑은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데 이것은 압축한 가스의 열을 식히는 콘덴샤(콘덴서)라고 한다. ... 그리고 그 맞은편에 얼음을 만들어내는 공장이 있다. 이것 역시 시멘트로 지어졌는데,큰 강당만큼이나 크다. 밑에는 기계장치가 되어있고 층대를 올라가면 기계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천장에는 무시무시한 기계가 왔다 갔다 하며 얼음덩이를 나르고,밑바닥은 전부 얼음통의 뚜껑인 것이다.” 당시 기사에 등장하는 ‘콘덴샤’는 오늘날 냉장고 뒤쪽에 달린 응축기와 같은 장치입니다. 얼음을 만드는 기본 원리는 가정용 냉장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냉매 가스를 압축하면 온도가 높아지는데, 이 뜨거운 냉매를 응축기에서 물이나 공기로 식혀 열을 밖으로 내보냅니다. 이후 냉매가 팽창하면서 급격히 차가워지고, 주변의 열을 빼앗아 물을 얼립니다. 결국 얼음 공장은 물속의 열을 냉매가 흡수해 공장 밖으로 내보내는 거대한 냉장고였던 셈입니다. 공장 바닥에 줄지어 놓인 얼음통에는 물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통들을 영하로 냉각된 소금물에 담가 얼렸습니다. 소금물은 일반 물보다 어는점이 낮아 영하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여러 개의 얼음통을 고르게 차갑게 만드는 냉각 매체로 쓰였습니다. 물이 완전히 얼면 천장의 기중기가 무거운 얼음통을 들어 올렸고, 통 표면을 잠시 따뜻하게 해 얼음 덩어리를 빼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얼음 한 덩이는 사람이 혼자 들기 어려울 만큼 컸습니다. 이후에는 얼음을 얼리는 과정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는데,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한 순간 기사는 이렇게 말하네요. “매우 복잡한 듯하나, 보통 ‘아이스 케키’를 만드는 것과 똑같은 원리를 큰 규모로 한 것밖에 없다.” ‘아이스케키’는 일본어식 표현에서 나온 말로, 당시에는 막대 아이스크림이나 얼음과자를 널리 이렇게 불렀습니다. 작은 틀 속의 단물을 얼리면 아이스케키가 되고, 거대한 철제 통 속의 물을 얼리면 공장 얼음이 되는 것입니다. 냉매가 열을 빼앗는 원리는 같고, 규모와 장치만 달랐습니다. 그런데 공장 얼음에서 때때로 대장균이 발견되곤 했습니다. 얼린다고 해서 모든 세균이 죽는 것은 아닙니다. 낮은 온도에서는 세균의 증식이 크게 느려지지만, 일부는 살아남았다가 얼음이 녹으면 다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얼음의 위생은 얼리는 과정 자체보다 어떤 물을 사용했는지, 얼음통과 운반 도구를 얼마나 깨끗하게 관리했는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1962년 7월에는 2개 공장에서 대장균과 질소 성분 등 유해물이 검출되어 15일씩 영업 정지 처분을 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여기서 대장균은 그 자체의 독성만을 뜻하기보다 물이 분변이나 오수에 오염됐을 가능성을 알려주는 위생 지표였습니다. 질소 성분 역시 생활하수나 유기물이 물에 섞였을 때 높게 나타날 수 있어 수질 오염을 의심하게 하는 단서였습니다. 일부 공장은 수돗값을 아끼려고 지하수로 얼음을 만든 덕분에 대장균이 더 많았습니다. 지하수라고 해서 반드시 깨끗한 것은 아닙니다. 당시에는 하수관과 정화조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지역이 많았기 때문에, 얕은 지하수에 생활하수나 오염물이 스며들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물값을 줄이려는 선택이 얼음의 위생을 떨어뜨린 것입니다. 한여름에 15일이면 타격이 꽤 컸을 듯합니다. 한여름에는 ‘얼음 파동’이라 불릴 만큼 수요가 컸으니까요. 냉장고가 널리 보급되기 전에는 날씨가 더워질수록 얼음 소비가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얼음 공장의 생산 능력은 제한돼 있었고, 전력 사정이나 수질 검사, 운송 차질이 생기면 시장 전체가 금세 흔들렸습니다. 1971년 기사는 “폭서 속에 ‘얼음 파동’, 부르는 게 값 ... 60% 올라”라고 말하네요. 서대문구 아현시장 26호 점포 생선가게 주인 김영순씨는 “장마 전에 85원 하던 얼음(4.5관)이 150원으로 뛰었다”면서 “하루에 450원이나 드는 얼음값을 빼는 게 하루 장사”라고 말합니다. 4.5관은 약 17kg입니다. 당시 시장 상인들에게 얼음은 선택할 수 있는 부수 비용이 아니었습니다. 생선과 육류를 팔려면 하루 종일 상품을 차갑게 유지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얼음값이 오르면 이익이 줄고, 그렇다고 얼음을 덜 쓰면 상품이 상했습니다. 김씨의 말처럼 하루 장사가 얼음값을 벌기 위한 일이 돼 버릴 수 있었습니다. ‘얼음 파동’은 음료 한 잔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상인과 식당, 병원, 가정의 생활비를 압박하는 물가 문제였습니다. 1976년 7월 21일 자에도 얼음 공장 기사가 실리는데, 톤이 조금 달라집니다. “10년 전만 해도 주문이 밀려 쩔쩔맸는데 냉장고의 보급으로 이젠 사양 산업이 됐어요.”라고 고참 직원 김씨가 말합니다. 1960년대까지 냉장고는 값비싼 가전제품이었지만, 경제 성장과 대량생산에 힘입어 1970년대부터 도시 가정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집에서 얼음을 만들고 음식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 매일 얼음을 사다 쓰는 생활 방식도 점차 사라졌습니다. 냉장고 한 대가 가정의 식생활뿐 아니라 시장의 유통 구조와 계절 노동자의 일자리까지 바꾼 것입니다. 강천석 기자의 기사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6만원 월급으론 네 식구의 생활도 빠듯한 김씨지만 월급 적은 것보다 다른 동료들 걱정을 더 했다. 시원한 바람이 소매 속으로 기어드는 9월이 오면 후조(철새)처럼 뿔뿔이 겨울 일자리를 찾아 나설 친구들 때문에 가을이 무섭다는 것. 그는 조장이라 가을이 와도 실직 염려가 없으나 조원들은 임시 고용원이라 얼음 공장을 떠나야 하기 때문. 얼음 창고 안 유리창에 허옇게 서린 성에를 긁는 김씨의 얼굴엔 ‘더위’의 괴로움 아닌 어떤 ‘아픔’이 엿보였다.” 여름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날씨가 서늘해지면 일감이 끊기는 얼음 공장의 계절 노동이 이 짧은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냉장고가 보급되는 일은 소비자에게는 편리한 진보였지만, 얼음 공장 노동자에게는 산업 자체가 사라지는 과정이었습니다. 한때 여름을 지탱하던 얼음 공장은 가전제품의 보급과 함께 서서히 도시의 뒤편으로 밀려났습니다. 참, 얼음 공장 이야기를 제 짝에게 했더니, 요즘은 얼음을 사 먹는 게 좋다고 합니다. 냉장고 안에서 세균이 번식한다나요. 옛날 분들이 들으면 기겁을 하시겠습니다. 하지만 아주 근거 없는 말은 아닙니다. 가정용 제빙기의 물통이나 얼음틀, 냉장고 급수관을 오래 청소하지 않으면 물때와 미생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냉동실의 낮은 온도는 세균 증식을 억제하지만 모든 미생물을 없애 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얼음틀을 맨손으로 만지거나 냉동실 안의 음식물이 얼음에 닿으면 오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판 얼음이 무조건 더 안전하고 집에서 만든 얼음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깨끗한 수돗물을 사용하고 얼음 틀과 제빙기를 주기적으로 세척하면 가정에서도 안전하게 얼음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판매용 얼음 역시 제조와 포장, 운반 과정이 제대로 관리돼야 합니다. 결국 6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원칙은 같습니다. 얼음은 차갑지만, 위생까지 저절로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This is a summary. Read the full article at the original source.

Read full article at cho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