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를 위한 여름 교훈 “어제의 나와 싸우지 말라”

러너를 위한 여름 교훈 어제의 나와 싸우지 말라 페이스 처지고, 심박수 치솟아도 지난 훈련의 숫자에 얽매이지 마라
훈련하기 힘든 계절, 여름입니다. 비와 폭염 때문에 밖에서 뛸 기회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뜨거운 공기에 숨이 막힙니다. ‘한국의 한여름과 한겨울 중 어느 쪽이 달리기에 최악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집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저는 겨울이 더 고통스럽지만 “여름엔 도저히 못 뛰겠다”는 러너들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름엔 심박수가 올라가고 페이스는 처집니다. 늘 뛰는 코스를 똑같이 뛰어도 훨씬 힘듭니다. 월요일(13일)에는 지난번에 소개했던 32km ‘퇴근런’을 같은 코스로 2주 만에 다시 해보려다가 목표한 거리를 못 채우고 끝냈습니다. 햇빛 가려 줄 지형지물 없이 탁 트인 중랑천·한강 구간에 진입했을 때였습니다. 일몰 시각에 맞아떨어지도록 출발을 오후 7시 5분에서 7시 15분으로 10분 늦춘 것까지는 좋았습니다만, 20km쯤 지나니 몸이 급격히 무거워졌습니다. 다리가 아픈 것도 숨이 차는 것도 아닌 ‘힘드는’ 느낌. 출발지에서 26km쯤 되는 분당 야탑까지 오면 이제 다 왔다 싶습니다. 빨리 멈추고 싶은 마음도 그만큼 커집니다. LSD(long slow distance)라면 30km는 뛰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겨우 버티며 어찌어찌 29km를 넘겼을 때 멀리 주차된 카카오 자전거가 보였습니다. 집까지 남은 거리는 그걸 타고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자전거 앞까지 왔을 때 GPS 워치에 29.85km가 찍혀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앞자리 ‘3’은 보겠다고 자전거 주변을 빙빙 돌며 30km를 채우고 바로 시계를 껐습니다. 지난번 소개한 6월 29일 퇴근런이 32.03km에 평균 5:13 페이스, 평균 심박수 144bpm이었습니다. 이번엔 30km에 평균 5:19 페이스, 평균 심박수 145bpm이 나왔습니다. LSD는 속도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거리를 채우는 훈련이니 페이스가 조금 떨어진 것은 크게 상관하지 않지만, 비록 2km라도 목표한 거리를 채우지 못하고 마무리하려니 개운한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지난여름에 장거리 훈련하다가 도중에 멈추고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가던 일, 가까운 편의점으로 돌진해 스포츠 음료를 ‘원샷’하던 일도 떠올랐습니다. 목요일(16일) 남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오가기 귀찮긴 해도 나무 그늘이 있는 남산을 훈련 장소로 정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페이스 욕심 내지 않고 북측 순환로를 천천히 2회 왕복만 했는데도 꽤나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남산을 달리면서 ‘숨이 찬다’ ‘다리가 아프다’고 생각한 적은 많아도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는데, 이날 처음으로 그만 걷고 싶다는 유혹을 느꼈습니다. 13.38km 달리는 데 평균 페이스 5:22, 심박수 138bpm이 나왔습니다. 무척 힘들었던 느낌에 비해 나쁘지 않다 싶기도 하지만, 6월 21일 북측 순환로 3회전(20.01km)이 같은 심박수 138bpm에 평균 페이스 5:10이었으니 꽤 차이가 납니다. 지난달 훈련 때 20도였던 기온이 28도로 올랐고, 역시 지난달보다 훨씬 높았을 습도도 영향을 미쳤겠지요. 이날 달리면서 ‘아마추어 러너의 경쟁 상대는 어제의 나’라는 말을 여러 번 떠올렸습니다. 원래 남과 비교하지 말고 조금씩 발전하는 데서 보람을 찾으라는 의미인데, 요즘 같은 계절에는 어제의 나를 넘어서겠다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는 여유도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강원도 평창에 다녀왔습니다.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들이 여름 훈련을 하는 평창올림픽기념관 트랙 운동장이 일반인에게도 개방된다기에 기대를 했지만, 토요일(18일)에 종일 비가 내려서 호텔 러닝머신에서 3km를 뛰고 조깅화 마일리지 2000km를 채워 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대관령에서 한 번 달려보나 했는데.... 일요일(19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비는 부슬비 정도로 약해져 있었습니다. 나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옷 갈아입는다고 부스럭대는 소리에 곤하게 잠든 식구들이 깰 것 같아서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쉬게 되는 줄 알았는데 분당 집에 돌아와 보니 생각보다 날씨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흐리고, 무엇보다도 빗물에 다 쓸려 갔는지 극성스러운 날파리 떼가 날아들지 않아서 간만에 탄천에서 쾌적한 조깅을 했습니다. 아침까지도 참 마음대로 안 된다 싶었는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또 길이 생깁니다. 여름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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