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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토크쇼 이름이 ‘스톡킹’이라고?

야구 토크쇼 이름이 ‘스톡킹’이라고?

‘스톡킹’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MBC스포츠플러스의 유튜브 채널명이자 구독자 33만 명에 육박하는 야구 토크쇼다. 스포츠 토크쇼를 표방하지만 지난 6년 간 기실 몇몇 화를 제외하곤 전·현직 야구 선수 등 주로 야구 관계자들이 출연했다. 현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인 허구연, ‘바람의 아들’ 이종범, 한화 이글스의 영구결번 장종훈·정민철 같은 ‘레전드’서부터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 KIA 김도영, 삼성 원태인 같은 차세대 슈퍼스타까지 모두 ‘스톡킹’을 다녀갔다.어쩜 이렇게 잘 아냐고? 내가 그 프로의 애청자이기 때문이다. 전 야

‘스톡킹’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MBC스포츠플러스의 유튜브 채널명이자 구독자 33만 명에 육박하는 야구 토크쇼다. 스포츠 토크쇼를 표방하지만 지난 6년 간 기실 몇몇 화를 제외하곤 전·현직 야구 선수 등 주로 야구 관계자들이 출연했다. 현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인 허구연, ‘바람의 아들’ 이종범, 한화 이글스의 영구결번 장종훈·정민철 같은 ‘레전드’서부터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 KIA 김도영, 삼성 원태인 같은 차세대 슈퍼스타까지 모두 ‘스톡킹’을 다녀갔다. 어쩜 이렇게 잘 아냐고? 내가 그 프로의 애청자이기 때문이다. 전 야구선수인 심수창과 정용검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초창기서부터 지금의 방송인 김구라, 해설위원 김선우 진행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회차를 다 봤다. (얼마나 팬인가 하면 프로그램에서 하는 이벤트에 신청해 ‘심수창 18연패 기념구’를 받은 적도 있다.) 늦게 ‘최강야구’(현 ‘불꽃야구’)로 야구에 ‘입덕’했으되 실제 야구를 해볼 일이 없었던 데다 TV 중계만으로는 늘 아쉬웠던 내게 ‘스톡킹’은 좋은 야구 교보재였다. ‘스톡킹’의 마력은 기실 레전드의 성공담을 듣는 데 있지 않다. 선수 생활 내내 2군을 오가다가 부상으로 일찍 은퇴한 선수들, 중계 화면상으로는 험악한 표정만 잡혔던 이들의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속사정을 듣는 데 있다. 비슷한 시기 같이 야구에 입덕한 친구들에게도 ‘스톡킹’을 많이들 전파했다. 대체로 여성인 나와 친구들에게는, 남자들과 달리 야구와 같이 자란 성장 서사가 없다. 그래서 ‘스톡킹’이나 ‘불꽃야구’ 등을 보고 허겁지겁 야구에 관한 허기를 달래는 경우가 많다. 긴 러닝타임 덕에 ‘밥친구’로 제격이지만, ‘스톡킹’은 내게 ‘길티 플레저’이자 ‘어둠의 핑계고’다. 일단은 제목이 문제다. ‘스포츠 토크의 킹’을 줄여 ‘스톡킹(Sports-Talk-King)’이라는 게 프로그램 측 설명이지만, 누구나 다 안다. 사전적 정의로 ‘상대방의 의사(意思)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상대방을 쫓아다니거나 지켜보거나 하여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를 뜻하는 단어 ‘스토킹(stalking)’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데서 착안한 언어유희라는 것을. 스토킹은 특히나 범죄자 성비가 남성 76.2%, 여성 23.8%(성평등가족부, 2025년 여성폭력통계)이며 피해자 다수가 여성인 젠더 기반 폭력이다. 안 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인 야구판에는 여성이 설 자리가 드물다. 여성혐오 범죄와 관련이 있는 야구 토크쇼의 제목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6년 간 이어져왔다는 것 자체가 시청자로서의 여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프로그램 속 대화의 흐름 가운데도 문제적인 부분들이 많다. 주로 야구를 경유한 온라인 밈 등을 활용하다 생긴 일이다. ‘야구 동영상’은 줄곧 ‘야동’으로 축약돼 음험한 웃음들과 함께 유머 요소로 소비됐다. 2022년에 업로드된 ‘박재홍 편’에 나오는 ‘한국 야구의 4적’의 내용인즉슨 “아들 하나밖에 안 낳은 이종범, 딸만 셋 박찬호, 50살 넘어 장가간 양준혁, 아직 솔로 박재홍”이다. 전 세계적으로 야구가 남자들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현실을 감안하면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저 ‘유머’에 담긴 속뜻, 딸이라는 이름의 여성은 야구에서 불필요하다는 인식과 결혼하지 않았거나 늦게 결혼한 이를 2등 시민 취급하는 정서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MBC플러스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스톡킹’의 명칭 변경을 촉구했다. 시민단체 24개, 개인 160명도 이에 연명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보도자료에서 범죄명을 예능 소재로 소비하는 것은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송의 윤리성·품위 훼손, 아동·청소년에 대한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해당 단체는 이미 두 달 전에도 MBC플러스에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방미통위에도 심의를 요청했으나 각하된 바 있다. 관련기사 거두절미하면, 스토킹 범죄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해당 프로그램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스토킹 범죄의 성격으로 보아 그는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하는엄마들의 설명처럼 공영방송 MBC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유튜브이자, KBO 중계 시청률 1위를 도맡아하는 방송사의 유튜브 채널이 이렇듯 범죄 피해자에 2차 가해를 유발하는 프로그램 제목을 버젓이 내걸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적이다. 연명에 참여한 단체 가운데는 크보팬인권윤리감시단이 있다. 감시단은 최근 트위터(현 ‘X’)에 정치하는엄마들의 보도자료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범죄명을 희화화하는 스포츠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방송사는 과연 최근 고교야구계에서 일어난 논란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정확히 같은 생각이다. 팬으로서, 해당 프로그램이 ‘어둠의 핑계고’가 아닌 ‘대낮의 토크쇼’로 거듭나길 촉구한다. 그리고 이를 기화로 남성 일변도이자 성차별적 발화가 범람하는 스포츠 방송가를 되짚는 계기도 됐음 한다. 후원은 더 좋은 기사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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