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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가족사 담은 다큐 감독 “이런 얘기 공개해줘서 고맙대요”

조현병 가족사 담은 다큐 감독 “이런 얘기 공개해줘서 고맙대요”
Source:hani

부모님은 의사이자 연구자였고, 누나는 부모님을 따라 의대에 진학한 대학생이었다. 자녀들을 아끼는 부모님과 똑똑한 누나와 함께하던 평범한 날들이었다. 어느 날 그 평범한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 누나가 해부학 실습을 포기하고 돌아온 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다. 부모님은 의사였지만 정신과 진료를 신뢰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20년이 흐르는 동안 누나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동생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29일 개봉한 일본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조현병 증상이 발병한 누나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를 직접 20여년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일본 개봉 당시 4개관에서 시작해 입소문이 퍼지며 100개관 이상으로 확대한 화제작이다. 국내에서도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등을 통해 소개된 뒤 개봉 요청이 이어졌다. 후지노 도모아키(60) 감독은 1966년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태어나 일본영화학교에서 공부한 뒤 티브이(TV)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제작 현장에서 활동해왔다. 2013년 제작사 ‘영상 공방 조시마’를 설립해 소수자 인권과 사회적 문제를 기록해왔다. 후지노 감독은 자기 가족의 내밀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부모님은 누나의 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누나에게 정신병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실례라고 여긴다. 병원 대신 집에서 누나를 보살피는 동안 누나의 증상은 호전되지 못했다. 누나가 밖으로 뛰쳐나가려 하고 나이든 가족들이 그를 통제하기 힘들어지자 집 현관문에 자물쇠를 걸기도 한다. 29일 서울 동작구 배급사 엣나인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후지노 감독은 영화를 만든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누나가 돌아가시고 나서 지금 내가 누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뭔가 했을 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의 경험을 공개하는 것이었어요. 비슷한 일이 있는 분들이 많을 건데 ‘우리처럼 이렇게 하면 잘 안 될 거야. 잘 생각해야 돼’라는 걸 전달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2008년 누나가 입원하게 되고 정말 호전된 상태에서 퇴원했다”며 “호전되기 전이었다면 괴로운 영상만 보여줘야 했을 텐데, 호전된 영상도 같이 보여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사자들이 느낄 무게는 감히 짐작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누나를 왜 제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는지 의문도 제기된다. 감독의 누나가 정신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은 것은 청춘을 훌쩍 넘긴 시점이었다. “처음에는 아버지도 아는 분 병원에 누나를 입원시키길 바랐는데 잘 안 됐고, 저 자신도 여러 차례 정신과에 가서 누나를 입원시키려고 했는데 성사가 안 됐어요. 2008년 아버님이 절대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의사한테 가서 좋은 효과를 얻었죠. 부모님은 정신과 의사를 신뢰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또 사회적 낙오와 오명이 두렵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후지노 감독은 자신의 가족이 지나온 시간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일방적인 가해자로 몰아가지 않는다. 부모님은 누나의 병을 인정하지 않고 누나를 집 안에만 머물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딸을 지극히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떠한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부모님과 누나, 자신의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해 사랑과 책임감, 회피가 뒤엉킨 복잡한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영상 편집할 때 방침을 정한 게 있어요. 가능한 보시는 분들이 영상에서 정서를 찾아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음악을 넣지 않았고 자막과 글자도 최소한만 넣으려 했어요. 그 의미를 말과 음악으로 설명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질문의 무게만큼이나 그 질문을 건네받은 관객들의 반응 또한 제각각이다. “‘비디오 촬영을 할 여유가 있었으면 병원에 데려갔어야지’라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리고 제게 ‘너도 도망친 거 아니야? 부모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니?’ 하는 분도 계셨죠. 동의할 순 없지만 어떤 분은 ‘부모님의 판단이 맞았다. 당시 병원 환경을 생각하면 입원을 시키지 않는 게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많은 이야기는 역시나 비슷한 처지의 당사자들이 주셨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공개해줘서 감사하대요.”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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