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저 기술을 훔쳐야겠다”... ‘죽음의 맛’에 빠지게 만든 복어 튀김과 술

“저 기술을 훔쳐야겠다”... ‘죽음의 맛’에 빠지게 만든 복어 튀김과 술
Source:chosun

김원일 셰프가 일본 유학 시절 복어 조리 기술을 습득하고, 시모노세키와 하카타 등 현지 명가를 탐방하며 정통 복어 요리와 히레사케 제조 비법을 연구해온 과정을 담고 있다. 복어의 독성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전문적인 해체 과정과 지느러미 로스팅의 세밀한 조리 기법에 대해 서술한다.

1970년대 부산, 라디오에선 연일 ‘복국 먹고 죽었다’는 비보가 흘러나왔다. 당시 부산을 비롯한 남해안 지역에서는 복어가 서민적인 해장 음식으로도 널리 사랑받았지만, 전문 지식 없이 손질한 복어를 먹고 중독되는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복어는 맛있는 생선이면서 동시에, 칼을 잘못 대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두 얼굴의 식재료였다. 복어 중독의 원인은 테트로도톡신이라는 강력한 신경독이다. 주로 간과 난소 같은 내장에 많이 들어 있지만, 복어의 종류와 어획 지역에 따라 독이 있는 부위가 달라질 수 있다. 독이 몸에 들어오면 입술과 혀끝이 저리기 시작해 팔다리와 전신으로 마비가 번지고, 심하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호흡근이 마비돼 목숨을 잃는다. 더 무서운 점은 이 독이 끓이거나 굽는다고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금에 절이거나 물에 오래 담가도 안전해지지 않는다. 결국 믿을 수 있는 방법은 먹을 수 있는 복어의 종류를 정확히 가려내고, 독이 든 부위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뿐이다. 중학교 때 어머니가 무를 큼직하게 삐져 썰어 넣은 복국을 끓여 주셨는데 복어 껍질이 아주 까칠까칠하여 먹기가 상당히 불편했고, 라디오에서 듣던 나쁜 소식들이 떠올라 좀처럼 먹을 수가 없었다. 복어 껍질이 까칠까칠한 것은 표면에 미세한 가시가 돋아 있기 때문이다. 복어는 위험을 느끼면 물이나 공기를 삼켜 몸을 부풀리는데, 이때 피부의 가시가 더욱 도드라져 포식자를 위협한다. 요리할 때는 껍질을 벗겨 뜨거운 물에 데치고 가시를 긁어내거나 잘게 썰어 초무침과 껍질회로 낸다. “저거 먹으면 죽는다.” 한번 박힌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해병대를 제대한 뒤에도 복어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바다에서 훈련하며 웬만한 험한 일은 겪었지만, 복어만큼은 달랐다. 1986년, 일본 요리 유학길에서 운명처럼 복어 튀김을 만났다. 요리집에서 우연히 맛본 복어 한 점. 세상에 이런 맛이 있나. 바삭한 튀김옷 안에서 복어 살은 탱탱하면서도 부드럽게 풀어졌다. 지방이 많은 생선처럼 짙고 무거운 맛이 아니라, 맑고 단단한 감칠맛이 뒤늦게 올라왔다. 복어는 흔히 맛이 담백하다고 표현하지만, 그 담백함은 맛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살 속의 수분과 단백질이 조리 과정에서 응축되면서 은근한 단맛과 감칠맛이 생긴다. 특히 튀김은 뜨거운 기름이 복어 살의 수분을 짧은 시간 안에 가두기 때문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대비가 살아난다. 그날까지 내게 복어는 ‘먹으면 죽을 수 있는 생선’이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맛본 복어 튀김 한 점이 그 기억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위험해서 피해야 할 생선이 아니라, 위험하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배우고 다뤄야 할 식재료가 되었다. 그날부터 복어는 내 타깃이 되었다. 학교 선배이자 부주방장인 니시구치 상에게 물어보니, 일본에서는 복어 취급 면허를 취득한 뒤 도제식 교육으로 10년간 수련을 해야 전문 요리점을 낼 수 있다고 했다. 복어 처리 제도는 지방자치단체마다 조금씩 달랐고, 오사카에서는 오래전부터 강습과 등록을 통해 복어 처리자를 관리했다. 현재는 국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필기와 실기 시험 등으로 복어의 종류를 감별하고 독성 부위를 제거할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오사카부에서도 복어를 처리하려면 시험에 합격하고 지사의 등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면허를 땄다고 곧바로 일류 복어 요리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복어 회를 얼마나 얇고 고르게 뜨는지, 살과 껍질과 뼈를 어떻게 나누는지, 어떤 부위를 국물과 튀김에 쓸 것인지, 계절과 크기에 따라 살의 상태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오랜 현장 경험으로 배워야 한다. 칼을 잡는 법부터 설거지와 재료 손질, 육수와 회 뜨기까지 한 단계씩 올라가야 비로소 자기 이름을 건 전문점을 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나는 니시구치 상에게 밤마다 복어 잡는 전 과정을 배웠다. 학교 실습 시간, 일본인 동기들을 제치고 가장 빨리 복어를 해부해내자 교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국에서 복어 해봤나?” 시치미를 뚝 떼며 속으로 웃었다. 남들이 잠든 뒤 니시구치 상에게 몰래 배운 밤들이 떠올랐다. 칼을 잡은 손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칼끝이 무뎌질 때까지 갈고 닦아 오사카 복어 처리 시험을 단숨에 1등으로 통과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먹고사느라 복어를 잊었다. 7평 가게에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손님을 받고, 재료를 사고, 설거지를 하고, 장부를 정리하다 보면 하루가 끝났다. 일본에서 배운 복어 기술을 꺼내 볼 여유도 없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당장 가게를 굴리고 식구를 먹여 살리는 일이 먼저였다. 1년 만에 24평으로 가게를 이전하면서 복어 요리 책 촬영을 집중적으로 시작했다. 가게가 넓어지자 비로소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복어 공부를 다시 꺼낼 수 있었다. 복어를 해체하는 순서와 부위별 쓰임, 회를 뜨는 칼의 각도, 껍질과 뼈를 처리하는 방법을 하나씩 사진으로 남겼다. 말로만 설명하면 쉬워 보이지만, 복어 요리는 칼끝의 움직임과 손의 위치를 보여주지 않으면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웠다. 한 장면을 찍기 위해 복어를 여러 마리 손질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책상 앞에서만 복어 책을 만들 수는 없었다. 일본에서 배운 기술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순간 요리사는 멈춘다. 다시 현장으로 가야 했다. 일본에서 복 요리를 가장 잘하는 집들을 다시 찾아 나섰다. 오사카부터 시모노세키, 규슈 고쿠라, 하카타까지. 오사카는 복어 소비가 특히 활발한 도시다. 화려한 복어 모형 간판으로 유명한 신세카이와 도톤보리 주변에는 오래된 복어 전문점이 많았다. 규슈 고쿠라와 하카타는 현해탄과 가까워 신선한 복어가 들어왔고, 시모노세키는 일본 복어 유통과 요리 문화의 중심지였다. 일본에서는 복어를 ‘후구’라고 읽지만 시모노세키에서는 복을 부른다는 뜻을 담아 탁음을 빼고 ‘후쿠’라고 부르기도 한다. 복어의 성지 시모노세키 ‘춘범루’에서 일본 황실과 정계의 인사들이 맛보았던 복어 요리를 접하고, 후쿠오카 하카타 뒷골목의 숨은 명가 ‘이시마츠(いし松)’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봤다. 춘범루는 단순히 오래된 복어집이 아니다. 일본에서 복어 요리가 공식적으로 허용된 역사의 출발점으로 알려진 곳이다. 메이지 시대에도 복어를 먹는 일을 금지하는 지역이 많았는데, 1888년 당시 총리였던 이토 히로부미가 시모노세키의 춘범루에서 복어를 맛본 뒤 금지 해제를 지시했다. 이후 춘범루는 일본 최초의 ‘복어 요리 공허 제1호점’, 즉 공식 허가를 받은 복어 전문점으로 이름을 알렸다. 1895년 청일전쟁을 끝낸 시모노세키조약이 체결된 장소도 춘범루였다. 복어 요리집이면서 일본 근대사의 중요한 무대이기도 한 셈이다. 춘범루의 복어는 화려한 기교보다 격식과 절제에 가까웠다. 투명할 정도로 얇게 뜬 복어 회와 맑은 국물, 담백한 복어 살을 차례로 먹으며 복어 요리가 왜 일본의 겨울을 대표하는 고급 음식이 됐는지를 생각했다. 그러나 내게 결정적인 충격을 준 것은 이름 높은 춘범루가 아니라 하카타 뒷골목의 작은 전문점이었다. 후쿠오카 하카타 뒷골목의 숨은 명가 ‘이시마츠’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봤다. 그곳의 히레사케, 곧 복어 지느러미 술은 차원이 달랐다. 히레사케는 복어 지느러미를 말려 구운 뒤 뜨겁게 데운 일본 술에 담가 향과 감칠맛을 우려내는 술이다. 생선 지느러미를 술에 넣는다고 하면 비릴 것 같지만 제대로 만들면 정반대다. 지느러미를 충분히 말리고 천천히 구우면 수분과 비린 향이 날아가고,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열을 받아 구수한 향을 낸다. 뜨거운 술에 지느러미를 담그면 구운 생선과 견과류, 마른 표고버섯을 연상시키는 향이 퍼지고 술맛도 한층 둥글어진다. ‘이 기술을 훔쳐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우선, 그곳은 지느러미를 원두 로스팅보다 더 까다롭게 구워냈다. 복어 지느러미는 그냥 센 불에 그을리면 겉만 타고 속에는 수분과 비린내가 남는다. 반대로 불이 너무 약하면 고소한 향이 충분히 생기지 않는다. 먼저 지느러미를 며칠 동안 그늘에서 말려 수분을 빼고, 약한 불에서 속까지 바삭해질 때까지 천천히 굽는다. 실제로 이시마츠는 지느러미를 약 일주일간 음건한 뒤 약한 불에서 과자처럼 단단해질 때까지 굽는다고 소개한다. 커피 원두도 볶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산미와 단맛, 쓴맛이 달라진다. 지느러미도 마찬가지였다. 덜 구우면 비리고, 지나치게 구우면 술 전체에 탄맛이 퍼졌다. 어느 순간 불에서 내려야 하는지는 온도계보다 색과 냄새, 손끝의 감각으로 판단해야 했다. 옅은 황금빛이 갈색으로 넘어가는 찰나를 붙잡아야 했다. 술잔 위에서 두 장의 지느러미에 불을 붙여 비린 향과 잡맛을 날려버리는 기술을 캐내기 위해 나는 교수 명함까지 내밀며 주인장을 꼬드겼다. 비법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면서 주인장과 친해졌고, 후쿠오카에 갈 때마다 그 집을 찾았다. 복어 지느러미 술을 꼭 10잔씩 시켜 마시며 맛과 향, 색상의 변화를 관찰하며 비법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This is a summary. Read the full article at the original source.

Read full article at cho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