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군공항 이전 속도낸다지만...무안선 “우덜만 희생?”

“느그 조그만 군 하나 희생된들 어쩌겄냐는 거잖아요.” 지난달 28일 찾은 전남 무안군 망운면의 한 낚시가게에서는 ‘광주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성토가 이어졌다. 무안국제공항 인근 망운면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이전이 추진되는 광주 군공항의 예비 이전 후보지로, 지난 4월 국방부가 발표한 곳이다. 나정환(68) 송현2리 이장은 “반도체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사업인데 무안군이 조금 피해를 보더라도 군공항을 받아줘야 한다는 식”이라며 “소수고 약자니까 피해를 감수해도 된다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 군공항,무안,광주 군공항,군공항 이전,반도체 국가산단,광주군공항,무안군,무안국제공항,반도체 클러스터발 군공항 갈등,ISSUE
반도체 클러스터발 군공항 갈등 “느그 조그만 군 하나 희생된들 어쩌겄냐는 거잖아요.” 지난달 28일 찾은 전남 무안군 망운면의 한 낚시가게에서는 ‘광주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성토가 이어졌다. 무안국제공항 인근 망운면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이전이 추진되는 광주 군공항의 예비 이전 후보지로, 지난 4월 국방부가 발표한 곳이다. 나정환(68) 송현2리 이장은 “반도체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사업인데 무안군이 조금 피해를 보더라도 군공항을 받아줘야 한다는 식”이라며 “소수고 약자니까 피해를 감수해도 된다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임모(68)씨도 “반도체는 광주에 주고 우리는 군공항을 받으라니, 절대 반대”라고 맞장구쳤고, 옆에 있던 김모(47)씨도 “보상을 받더라도 우리처럼 농사로 생계를 이어온 사람들은 그 돈으로 새 땅을 살 수도 없다. 땅이 없으면 일거리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호남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광주 군공항 이전에 속도를 낸다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6일 정부는 약 250만 평(826만m2) 규모의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결정했다. 정부는 호남권 클러스터를 포함한 전국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에 민간 투자 약 800조원이 이뤄질 것으로 말했다. 하지만 정부 구상과 달리 사업은 순탄치 않다. 정부와 광주시, 무안군 사이의 의견 조율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군공항 이전이 지연될 경우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등의 본질은 군공항 이전 자체보다 보상과 지원 규모를 둘러싼 이견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무안군은 ▶광주 민간공항 선이전 ▶1조원 지원 ▶국가 차원의 획기적 인센티브 등 이른바 ‘3대 선결조건’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 조건은 지난해 12월 광주시·전남도·무안군 등이 참여한 대통령실 주관 6자 협의체 공동발표문에 담겼다. 무안군은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말한다. 특히 ‘획기적 인센티브’에 포함된 무안 국가산단 조성과 기업 유치 방안을 놓고 무안군은 정부(국토교통부)의 확약을 요구하며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산단 지정은 절차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사안인데 당장 지정하라는 요구의 취지를 먼저 파악해 보겠다”며 “통합특별시와 국토부 간 협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무안군의 요구를 외면하지는 않겠지만, 국가산단 즉각 지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정부와 협의해 해법을 찾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무안군 주민들은 전투기 소음을 군공항 이전에 따른 가장 직접적인 피해로 인식하고 있었다. 망운면 목동리 주민 신모(72)씨는 “아침저녁으로 굉음이 들리는데 어떻게 사느냐”며 “차라리 거주지역까지 군공항 부지에 포함시켜 보상을 받고 이주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는 광주 군공항 인근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군소음 피해보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광주 군공항 군소음 피해보상금은 166억9000여만원이었다. 광주시의 고민도 적지 않다. 당초 광주시는 군공항 이전 재원을 기존 군공항 부지 개발 수익으로 마련해 이전사업 총 사업비(약 10조원)와 무안지역 지원금(1조원)을 충당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종전 부지가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단으로 지정되면서 산업용지 비중이 커질 경우 개발수익과 잉여재산 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그만큼 군공항 이전 재원 마련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갈등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주시민권익위원장을 지내며 8년간 군공항 이전 문제를 다뤄온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는 “군공항은 무안으로 이전하되 주청사는 전남도청이 있던 남악에 두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전남·광주 동부권과 달리 서부권은 행정 기능이 지역소멸을 막는 핵심인 만큼 상생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준 한국갈등해결센터 공공갈등본부장은 “이전지 주민들의 요구를 세분화해 접근해야 찬반 구도가 고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5자 협의체에 이해당사자뿐 아니라 사안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정회의를 운영하는 것도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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