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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감당 수준 넘는 TSMC 성장...청구서는 사회로

인프라 감당 수준 넘는 TSMC 성장...청구서는 사회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만9000달러로 22년 만에 한국을 앞질렀다. 올해는 4만2000달러로 한국보다 4000달러 이상 앞서고, 격차는 매년 벌어져 2031년에는 1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 부의 상당 부분은 한 산업, 더 정확히는 한 기업에서 나온다. TSMC 한 종목이 대만 증시 시가총액의 40%를 웃돌고, 그 회사 매출의 77%가 7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에서 나온다. 지난달 대만 신주에서 열린 TSMC 주주총회에서 웨이저자 회장은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 인프라,청구서,대만 반도체,대만달러 강세,대만 증시,TSMC,장영희의 차이나 워치,대만 반도체 왕국의 대가,GLOBAL

[장영희의 차이나 워치] 대만 반도체 왕국의 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만9000달러로 22년 만에 한국을 앞질렀다. 올해는 4만2000달러로 한국보다 4000달러 이상 앞서고, 격차는 매년 벌어져 2031년에는 1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 부의 상당 부분은 한 산업, 더 정확히는 한 기업에서 나온다. TSMC 한 종목이 대만 증시 시가총액의 40%를 웃돌고, 그 회사 매출의 77%가 7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에서 나온다. 지난달 대만 신주에서 열린 TSMC 주주총회에서 웨이저자 회장은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올해 달러 매출이 3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했고, 기술 유출을 걱정하는 주주에게는 우리 기술은 빼낼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근 여러 공개 발언에서 회사에 가장 부족한 것을 묻는 질문에는 인재와 물을 꼽았고, 대만달러 강세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 있게 답한 것과 해법이 없다고 답한 것 사이에 선명한 선이 그어진다. 그가 자신하는 것은 모두 TSMC가 스스로 통제하는 것들이고, 부족하다고 말한 것은 모두 대만이라는 국가가 공급해야 하는 것들이다. 반도체에 전기를 공급하는 대만전력의 이사장이 앞으로 5년의 전력 수요 증가를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현상이자 중대한 도전”이라 표현한 것도 같은 성격이다. TSMC는 대만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그 청구서는 회사가 아니라 사회로 넘어간다. 발전소·송전선·인력·환율 부담 사회 전체로 대만은 최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의 90% 이상을 담당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다보스에서 이 집중을 “시스템적 위험”이라 부른 것은 미국의 속내를 압축해 보여준다. 미국의 대만 정책은 여기서 두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인다. 대만을 지키는 것과 대만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것이다. 올해 1월 타결된 미국과 대만의 무역합의가 그 대가였다. 대만은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기업의 직접투자 2500억 달러와 정부 신용보증 2500억 달러를 합쳐 5000억 달러를 내놓았다. 관세 면제 물량은 미국에 짓는 공장 규모에 연동된다. TSMC는 지난 7월 16일 대미 투자를 다시 1000억 달러 늘려 총 2650억 달러로 확대했다. 애리조나의 웨이퍼 공장과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 시설은 모두 열두 곳으로 늘어날 것이다. 대만 안에서는 “대적전(台積電·TSMC)이 미적전(美積電)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돈다. 미국과의 합의는 아직 야당이 다수인 입법원의 비준을 남겨 두고 있고, 추가 투자분의 심사를 따져 묻는 의원들에게 대만 정부는 최신 기술은 반드시 대만에 남긴다고 답했다. 실제로 최선단 공정과 연구개발 본진은 대만에 있고, 대만 안에서도 열세 곳의 공장이 동시에 올라가고 있다. 대만이 붙들고 있는 방어선은 기술의 시간표다. 해외에는 최신보다 한 세대 뒤진 공정만 허용하는 이른바 ‘N-1 원칙’이 그것이다. 공장은 나가도 기술의 시간표는 대만이 쥐겠다는 뜻이다. 작년 말부터는 ‘N-2’로 더욱 강화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기술의 영토성은 공장이 서 있는 자리가 아니라 설계도와 연구노트가 놓인 자리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은 정확히 이 시간표를 겨눈다. 관세를 깎아 주는 물량이 미국 공장의 규모에 묶여 있으니, 대만 기업은 언제 어디에 얼마나 지을지를 스스로만의 계산으로 정할 수 없다. 보조금에는 생산 정보 제출과 이익 공유 조건이 붙었고 워싱턴은 대만의 공장과 기술을 “좋은 협상 카드”라고 부른다. 대만이 나눈 것은 이익만이 아니었다. 증설의 시점과 장소를 정하는 권한의 일부도 함께 넘어갔다. 그럼에도 밖을 향한 발걸음 자체가 후퇴인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TSMC 공장이 있는 대만 가오슝시와 일본 구마모토현, 미국 애리조나주는 양해각서를 맺고 “인도·태평양의 반도체 전략 3각”을 선언했다. 매개는 어느 국가도 아닌 TSMC 자신이었다. 값싼 생산지를 찾아 중국으로 갔던 1990년대의 서진(西進)과 달리, 가격 결정권을 지키러 미국으로 가는 오늘의 부미(赴美)는 전략적 이익을 나누어 산업을 지키는 거래에 가깝다. 다만 그 거래의 계산서가 밖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밖에서 이익을 나누는 동안, 그 산업을 떠받치는 비용과 압력은 안으로 향해 있다. 가장 급한 것은 전기다. 대만전력은 앞으로 5년간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에서 지난 10년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신규 수요가 발생한다고 본다. 북부는 이미 전력이 모자라 남부에서 끌어오고, 타오위안 이북의 대형 데이터센터 전력 신청은 2년 넘게 보류돼 왔다. 발전소를 받아들인 도시만 연산 능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지난해 원전 연장 국민투표는 찬성률 74%였으나 동의표 문턱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그런데 올해 3월 대만전력이 재가동을 신청해 이르면 2028년 원전이 돌아온다. 국민투표와 무관하게 행정 절차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본래 원전 유지를 주장해 온 야당은 한발 더 나아가 탈원전 목표 조항 자체를 폐지하는 국민투표안을 본회의로 넘겼다. 명분은 “AI 산업 발전”이고, 표결일은 11월 지방선거와 같은 날이다. AI의 전력 수요가 민주적 절차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기가 몇 년의 문제라면 인재는 한 세대의 문제다. 대만 국가발전위원회는 다가올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2028년까지 AI, 녹색, 디지털 융합 인재를 누적 45만 명 이상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해마다 배출되는 대졸자는 아직 20만 명을 훌쩍 넘지만, 지난해 대만의 신생아 수는 약 10만 명으로 10년 전의 절반 수준까지 줄었고, 올해 신생아 수는 8만8000여 명에 그칠 전망이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10여 년 뒤에는 한 해 대졸자 수가 10만 명 아래로 내려갈 것이다. 밖으로는 미국에 공장을 짓고 중국의 인재 유인에 시달리는데, 안으로는 태어날 인재마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환율은 이 비대칭을 가장 잔인하게 보여준다. 웨이저자가 해법이 없다고 인정한 대만달러 강세는 TSMC의 영업이익률을 3%포인트 깎았다. 세계 1위 기업은 그 정도를 흡수한다. 그러나 후공정 1위 일월광은 1대만달러 절상마다 마진 1.5%포인트가 깎인다고 했고, 경제부는 공작기계, 방직, 자동차 부품 등 9개 업종을 피해 업종으로 지정했다. 같은 충격이 어느 산업에는 비용이고 어느 산업에는 생사가 걸린다. 그렇다면 이것은 부족의 문제라기보다 분배의 문제다. 2026 세계불평등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상위 10%가 소득의 48%를 갖고 하위 50%가 12%를 나눈다. 한국·중국·일본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제조업 종사자의 30%인 테크 부문과 나머지 70%가 사실상 다른 세계에 산다. 세수 구조는 더 위태롭다. 대만 조세의 74%가 근로소득에 의존하는데, 기업의 AI 수익은 사내 유보금으로 쌓인다. TSMC가 대만 전체를 부유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만 전체가 그 부를 같은 방식으로 누리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수익은 기업과 증시에 먼저 쌓이지만, 발전소와 송전선, 인력 부족과 환율의 부담은 사회 전체로 퍼진다.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성한 산으로 TSMC 별칭)이 높아질수록 그 산을 떠받치는 지반의 압력도 커지고 있다. 지표는 화려해지는데 젊은 세대가 임금과 주거에서 느끼는 개선은 더디다. 그래서 지금 대만에서 벌어지는 기본소득과 AI 배당, 미래계좌 논쟁은 복지 예산 다툼이 아니라 이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다. 세제 쪽에서는 AI와 자본 수익에 과세하자는 급진론, 대규모 자동화 감원 기업에 부담금을 매기자는 절충론, 멈춰 있는 증권거래소득세를 되살리자는 개혁론이 맞선다. 어느 것도 아직 토론 단계를 넘지 못했다. 동원과 투자에는 국가적 전략이 있었지만, 분배와 소유에는 그만한 전략이 아직 없다. 반도체 투톱 쏠림 심한 한국도 비슷한 입장 성숙공정에서는 이미 중국의 증설과 저가 공세가 밀려든다. 첨단은 워싱턴의 이전 요구를, 성숙은 베이징의 가격 공세를 받는 구조다. 한국도 낯선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HBM과 대만의 첨단 로직과 패키징이 하나의 AI 공급망 안에서 결합되는 동안, 두 사회는 전력망 갈등과 인재 쏠림, 한 산업에 집중된 증시를 함께 감당하고 있다. 대만 사회는 반도체 왕국이 된 것에 환호하지만, 그 왕국을 지키기 위해 정작 누가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는 아직 충분히 묻지 않았다. TSMC가 너무 강해진 것이 문제는 아니다. 그 성공을 유지하는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결정하는 정치가 산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문제다. 대만 반도체의 다음 경쟁력은 더 미세한 공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반도체 왕국이 청구한 비용을 사회가 얼마나 공정하게 나눌 수 있는가, 그것이 대만과 한국이 함께 풀어야 할 다음 문제다. 장영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대만연구센터 센터장.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로 충남대 평화안보연구소 연구위원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를 겸하고 있다. 국립대만대 국가발전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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